[사설] 가자지구도 갖겠다는 트럼프… ‘미치광이 전략’ 대비해야

입력 2025-02-06 01:10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 압박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가 유예하는가 하면 4일(현지시간)에는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말과 행동은 우리에게도 비슷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트럼프의 전략에 대응할 카드를 다양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죽음과 파괴의 상징’이라 칭하며 미군 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전임자의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으며 이스라엘 외 주변국 전부가 반대하는 일을 벌이는 것은 ‘나는 예측불가하고 비이성적이며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상대방에게 심어 원하는 뜻을 관철하는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언제든 우리를 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재협상이 아니라면 FTA를 종료하길 원한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뒤 유리한 조건들을 다수 관철한 바 있다. 향후 북핵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의 행보는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그가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언급해 파장이 확대되자 백악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을 향해 ‘관세 폭탄’을 예고했듯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 8위인 우리나라를 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노리고 관세로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그의 미치광이 전략이 장기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실화됐을 때 우리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다양한 압박 수단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단계적인 대응 방안도 미리 세워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