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다양성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제3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전시 ‘지금,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에 쓰이는 초대장, 현수막 등 전시 아이덴티티 디자인에는 사람의 두 눈이 들어간다.
디자인 초안에는 대상 수상작인 이진원의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이백조 선생님’에 그려진 눈 이미지를 땄다. 자폐 등을 겪는 이들은 사람과 어울리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한다. 타인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눈과 눈썹 모양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수상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서다.
나는 전시에 함께 출품된 이진원의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채명섭 선생님’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적장애가 있어 왕따를 당했던 자신에게 미술로 자존감을 키워주고 길을 열어준 미술학원 채명섭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줬을 때의 기쁨이 화폭에 넘친다. 장애예술을 연구했던 안무비평가 김남수씨는 이 작품을 보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이 눈을 쓰면 어떨까요. 이런 식의 눈 표현은 비장애인은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에요.”
대개 눈의 검은자위는 안구 위쪽에 붙는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채명섭 선생님을 그린 이진원의 작품에서는 검은자위가 안구 아래쪽에 붙어 있다. 산 너머로 달이 뜨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이미지 인식 차이는 어디서 연유하는 걸까. 비장애인의 경우 전체 이미지를 연역적으로 파악한다면 신경다양성을 겪는 이들은 부분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미술사가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아름다운 게 아니라 새로운 게 미술이라고 했다. 전통에 균열을 내며 혁신하는 미술가만이 미술사에 살아남는다. 인공지능(AI)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라지만 챗GPT가 그린 그림은 인간이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라 새로움이 없다. 그래서 비장애인이 ‘결핍’과 ‘한계’로 인식한 장애는 거꾸로 세상을 인식하는 새로운 감각을 부여하며 혁신을 여는 출구가 되는 게 아닐까. 흔히 오감에 이어 육감이라고 한다. 나는 장애가 여는 감각을 제7의 감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제3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전시 연계 라운드테이블의 부제가 ‘제7의 감각-장애에 대하여’인 이유다. 행사에서는 대상을 받은 이진원의 어머니 강선옥씨가 ‘엄마가 본 신경다양성 아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발표한다. 어떻게 달이 뜨는 듯한 채명섭 선생님의 눈이 탄생했는지 엄마의 관찰로 들려준다.
미술평론가인 김남시 이화여대 교수는 ‘아웃사이더 아트의 출발점: 한스 프린츠혼과 프린츠혼 컬렉션’에 대해 발표한다. 미술사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독일의 한스 프린츠혼(1886∼1933)은 ‘아르브뤼’(원생미술이라는 프랑스어)라는 용어를 만든 프랑스 화가 장 드뷔페(1901∼1985)보다 먼저 정신질환자들의 작품이 갖는 순수성과 가능성에 주목해 작품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가 1922년에 쓴 책 ‘정신질환자들의 조형작업’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초현실주의의 성경’으로 불렸다.
청각장애 시각예술가인 김은설씨는 ‘청각장애는 어떻게 세상을 풍부하게 감각하게 하는가’를 발표한다. 그는 입 모양을 보고 타인의 말을 파악하지만 사람마다 입술 근육 움직임이 달라 쉽지 않기에 쓰는 그만의 비법을 공개한다.
노경애 안무가는 신체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이들의 움직임에서 새로운 예술적 언어를 발견하며 이름다움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이렇듯 장애 당사자와 가족, 비장애 활동가들은 장애가 제7의 감각으로 작동하며 비장애인은 모르는 새롭고 풍부한 세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걸 공통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라운드테이블은 오는 13일 오후 2~4시 서울 인사동 KCDF갤러리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