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은 이재명 대표의 재판지연 전략에 휘둘리지 말아야

입력 2025-02-06 01:3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도중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것은 누가 봐도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꼼수다. 재판부가 이 대표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경우 헌재 결정이 나기 전까지 재판이 중단된다는 걸 노린 것이다. 이 대표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재판은 그대로 진행되지만, 항소심 변론 일정이 확정되고 나서야 위헌법률심판 카드를 꺼내든 이 대표의 모습은 당당하지 못하다. 더구나 이 대표가 위헌을 주장한 공직선거법 조항(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서는 헌재가 2021년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이미 내렸다. 이 대표가 1심 재판 과정에서도 거론하지 않았던 위헌법률 주장을 이제 와서 펼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재판을 늦추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만일 이 대표 의중에 따라 이 재판이 또 늦춰진다면 사법부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많아질 것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은 법정시한을 벌써 두 배 이상 넘겼다. 다른 형사사건과 달리 선거법 위반 사건은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을 준수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정상적으로 재판이 진행됐다면 2022년 9월 기소된 이 사건재판은 2023년 9월 이전에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1심 재판은 2년 2개월만인 지난해 11월 15일 선고가 이뤄졌다. 1심 선고 후 3개월 안에 끝내야 하는 항소심조차 이 대표의 지연 수법이 먹혀 1심 선고 후 2개월여가 지나서야 첫 공판이 열렸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매주 한 차례 재판을 열어 이 대표 사건에 대한 마지막 변론을 이달 26일 마치겠다는 일정을 밝혔는데 이대로 재판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법정시한(2월 15일)은 지킬 수 없다. 최종 변론 1개월 뒤에 선고 기일을 정하는 관행을 재판부가 따른다면 이 대표 항소심 선고는 3월 하순에야 이뤄진다. 법원행정처가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기한 규정을 지켜 달라”며 지난해 9월 전국 법원에 보낸 권고문은 마이동풍이 돼 버렸다.

피고인이 지연 전략을 쓰더라도 재판을 법정 기일 내에 끝내야 하는 책임은 재판부에 있다. 유독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법정 시한을 넘겨가면서까지 느슨하게 진행되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전국 법원에 모방 수법이 넘쳐나고 사법 불신이 확산될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 지연이 만연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