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트럼프 “가자지구 장악… 재건하겠다”

입력 2025-02-05 18:47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대해 “미국이 장악할 것(take over)”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영토로 ‘중동의 화약고’인 가자지구를 장악하기 위해 미군 파병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팔레스타인과 주변 아랍국들이 반발하고 국제사회의 오랜 평화 구상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가자지구 장악을 위해 미군을 배치할 것인지 묻는 말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가자지구가 개발된 뒤 누가 살게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세계의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의 잠재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가자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아름다운 해안 휴양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수 있는 근거나 이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반론이 쏟아져 나왔다. 국제사회에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은 팔레스타인의 영토로 인정받는다.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확대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있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을 강제 추방하는 것도 제네바협약 등을 위반하는 조치다.

또 유엔 등 국제사회는 수십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지지해 왔다. 트럼프의 ‘가자지구 장악’은 두 국가 해법과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트럼프 회견 직후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며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