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직장인 사랑이 조직에 퍼질 때 갑질도 줄 것”

입력 2025-02-06 03:01
성도들이 5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정오 직장인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목사님, 회사에서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상사가 기독교인입니다. 어떻게 교회를 다니면서 타인을 그렇게 괴롭히며 살 수 있죠.”

청년사역연구소장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가 최근 한 청년에게 받은 질문이다. 이 목사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독교인이 직장에서 신뢰를 얻고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하지만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며 “평소 교회에서 기도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고압적 태도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피해자는 복음과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무했던 곳 옆에 신우회실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힘들 때마다 기도하러 갔습니다.”

박현정(가명·41) 경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무를 지탱하는 중심에 경찰 신우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순경 시절 경찰 조직 내에서 선임들의 갑질을 경험했다.

박 경감은 신우회에서 기도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고 했다. 현재 신우회에서 저연차 경찰과 선배들을 잇는 중간 역할을 맡고 있다는 박 경감은 “신우회 예배와 기도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전했다.

건강한 직장문화 이끄는 신우회

광고에이전트인 이노레드(대표 박현우)는 신우회가 건강한 직장문화를 주도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장세일 신우회장은 매일 아침 20분 일찍 출근해 동료들과 기도 모임을 한다. 장 회장은 “기도 모임을 통해 직장과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매월 열리는 신우회 예배에 40여명이 꾸준히 모인다. 젊은 직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달의 말씀 뽑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함께 봉사활동도 한다.


기독 직장인 선교단체인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한직선·회장 이훈 장로)는 직장 내 신앙 실천을 위한 행동 강령을 마련했다. 신앙이 단순한 종교 활동에 그치지 않고 직장 문화 개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직과 성실, 사랑을 실천한다’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고 성경적 가치관으로 삶의 균형을 잡는다’ 등이 행동 강령에 해당한다.

이훈 회장은 “직장 선교회나 신우회의 기본 정신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며 “이런 문화가 회사나 조직에서 확산할 때 자연스럽게 직장 내 갑질문화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독 직장인들에게 신뢰와 성품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조언한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일터에서 성품이 좋은 사람이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혼자 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동료들과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갑질을 예방하려면 ‘말투와 태도(Tone and Manner)’를 지키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로의 장, 직장인 예배

직장 내 신앙 공동체가 없는 경우 인근 교회 직장인예배가 위로의 장이 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중구 정동제일교회(수요일)와 영락교회(금요일), 종로구 종교교회(목요일)와 새문안교회(목요일), 강남구 영동교회(화요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정동제일교회 직장인예배에 참석한 원준영(33)씨는 “업무 중 분노하거나 흔들릴 때 하나님께 기도하며 바른 방향을 구한다”고 말했다.

교회 내 직장인 모임을 통해 일터 선교를 격려하는 방안도 있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는 교인들이 실업인선교회를 통해 일터 소명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각 신우회를 후원하고 있다. 오륜교회 DNA미니스트리(대표 김은호 목사)는 신앙 모임을 활성화할 신우회를 모집 중이다. 선발된 신우회에는 일터 영성의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21주간 지원할 계획이다.

글·사진=손동준 김동규 이현성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