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소문난 ‘야구광’ 배우 김승우(56)가 지난해 12월 선거를 통해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에 당선됐다. 연예계뿐 아니라 야구계 전체가 깜짝 놀랐다. 야구를 좋아해 20년 넘게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 구단주를 맡은 그가 리틀야구연맹 회장에 도전한 것 자체가 신선한데, 리틀야구계 지도자, 지역 협회 임원들의 선택을 받아 당당히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무보수 비상근으로 명예직에 가깝지만,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을 좇는 만 12세 이하 리틀야구 선수들과 감독·코치, 학부모를 위한 진심에서 야구인의 면모가 풍겼다. ‘진짜 야구인’이자 행정가로 변신한 그를 지난 3일 야구 방망이와 사인볼로 그득한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1월 취임 후 1개월가량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정말 정신없었다. 시간 가는지 모를 정도다. 축하 전화가 많이 왔는데 프로야구 감독과 선수들도 응원을 많이 해줬다. 회장 취임을 전후해 정명근 화성시장과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만났다.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도 만난다. 봄이 되면 연간 30개에 이르는 국내 대회가 열린다. 대회장 찾아가서 축사하고 시구하면 더 바빠질 것 같다.”
-연맹 회장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뭔가.
“한때 일본하고 경쟁하고 미국을 위협하던 한국 야구가 요즘 대만에 밀리고 대만을 쫓아가는 상황인 것이 안타까웠다. 오랫동안 야구계 주변에 머물면서 지켜본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어린 친구들이 기본기를 다져서 한국 야구의 국제경쟁력부터 높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계의 초석을 다시 세우고 이 선수들에게 야구인의 자부심을 심어준다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출생으로 모든 종목의 선수 수급이 원활치 않다. 연맹에 등록된 팀과 선수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기준으로 리틀야구단이 160팀(전국 84개 초등학교 야구부 제외) 정도 된다. 한 팀당 평균적으로 선수가 10명이라고 보면 된다. 리틀야구가 2014~2015년이 전성기였다. 2014년 국제대회인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전엔 팀과 선수가 더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 크게 줄었고 이후 침체기를 맞았다.”
-리틀야구의 현안은 무엇인가.
“리틀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거다. 관심이 커져야 선수 수급이 쉬워질 것이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높아져서 경기력도 올라갈 거라고 본다. 4년(2025년 1월 1~2028년 12월 31일) 임기 동안 리틀야구 선수들의 지위가 지금보다는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상 제고의 원년은 올해부터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스폰서십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일단 선거 기간 내건 공약은 100% 다 지킬 거다. 우선 스폰서십은 연예계 인맥과 주변인들부터 설득하려고 한다. 회장에 당선된 뒤 연락 오는 기업들이 있다. 대회 스폰서부터 재정, 용품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
-한·일, 한·미·일 국제교류전도 재개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교류전이 끊겼다. 지난달 23~25일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출장을 다녀왔다. 이 자리에서 한·일 교류전 얘기를 꺼냈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화성드림파크는 다른 국가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로 시설이 훌륭하다. 일본, 미국을 불러서 대회를 치를 수도 있고 한국이 해외에 나가서 경기할 수도 있다. 연습 열 번보다 한 번의 시합이 더 낫다는 게 내 지론이다.”
-리틀야구 지도자의 전문성 강화도 중요할 텐데.
“좋은 지도자 밑에서 좋은 선수가 나온다. 지금도 프로 출신 등 좋은 지도자들이 많다. 안타까운 건 리틀야구 재정이 탄탄하지 못해서 팀별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좋은 감독과 코치를 유치하기 위해선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돈이 더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리틀야구단은 각자의 독립 법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팀도 있지만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구단별 실력 차가 점점 벌어진다. 결국은 돈이 문제인데 쉽지 않다. 차근차근 해결하겠다.”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지금보다 리틀야구의 위상이 조금이라도 높아졌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개인적인 바람인데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서 우승했으면 좋겠다. 2014년에 머리 하나 큰 미국 선수들을 이기고 챔피언에 올랐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임기 안에 이뤄진다면 원이 없겠다.”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어린 선수들은 한국 야구의 전통과 역사를 계승하기 위한 소중한 자산들이다. 1982년 3월 27일 프로야구 원년 개막일을 기억한다. 그날 TV로 경기를 본 것이 생생하다. 좋아하는 팀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1982년도의 OB 베어스라고 답한다. 아버지 고향이 충청도여서 OB 베어스(82~84년까지 대전이 연고지였고 85년에 서울로 옮김) 어린이 회원이기도 했다. 당시 OB는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다. OB가 동화 같은 이야기를 쓰면서 우승하는 과정을 보면서 야구 선수를 동경하게 됐다. 리틀야구 선수들이 잘 성장해 프로에 입성하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