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을 때 금은방 주인들이 불만을 토로했었다. 당시 김영란법은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 경조사비를 10만원까지 낼 수 있게 허용했지만 돌잔치는 경조사에서 제외시켰다. 당시 금 한 돈(3.75g)은 15만~18만원이었는데, 경조사에 포함됐다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의 자녀 돌잔치 때 반 돈짜리 반지라도 줄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돌반지를 선물로 간주할 수 있지만 김영란법 선물 상한선도 5만원이라 역시 줄 수 없었다. 그런 탓에 한때 돌반지 판매량이 꽤 줄어들었다고 한다.
15만원은커녕 그 절반도 부정청탁 대상이었는데 요즘 한 돈짜리 돌반지는 거의 뇌물 수준이라 해야 할 듯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한 돈이 55만원이다. 세공비를 더하면 돌반지 한 개가 60만~65만원이다. 1년 사이 50%나 올랐는데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앞으로 더 오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 부담 때문인지 요즘은 아주 가까운 친지가 아니고선 돌잔치에 초청하는 경우가 드물고, 돌잔치를 아예 건너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반지 대신 현금이나 상품권을 주기도 한다. 지난해 7월 모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선 후보자가 어린 자녀 명의의 주식에 대해 “요즘은 돌에 금반지 대신 주식을 사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근래엔 돌에 부모 계좌로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을 선물했다는 사연도 나오고, 아이 미래를 위해 돌반지를 팔아 비트코인으로 바꿔놓아야 현명한 부모라는 얘기도 있다.
금값 상승 소식에 최근 금은방에 손님이 늘었지만 돌반지를 사겠다는 사람보다는 시세가 좋을 때 아이들 반지를 팔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런 풍경이라도 있지만 저출생 시대에 아이들 울음소리부터 듣기 어려워졌고, 돌잔치를 하거나 반지를 건네는 풍속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 나중엔 장롱 속에 오래 묵혀둔 돌반지가 희귀 아이템이 될지도 모르겠다. 환금성 못지않게 탄생의 축복과 무탈하게 돌을 넘긴 안도감, 주변 이들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템 말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