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 5차 탄핵심판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은 자신이 지시한 것이 맞는다고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군 투입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라고 한 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제가 얘기한 것”이라며 “검찰에 있을 때부터 선거 사건과 소송에 대해 보고 받아보면 투표함을 열어봤을 때 상식적으로 납득 안 가는 엉터리 투표지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정선거라는 말은 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만 이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한 ‘엉터리 투표지’는 앞서 헌재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이 제시한 21대 총선 인천 연수을 이른바 ‘일장기’ 투표지 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투표지는 대법원에서 위조 투표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에게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일단 방첩사령부를 도와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재확인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전화를 받은 후 지시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고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14~16명 체포 명단을 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를 1·2조로 구분해 위치추적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출석하며 윤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숙였지만 윤 대통령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이 방첩사를 도우라고 한 말은 간첩 수사를 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으로 계엄과는 관계 없다”고 반박했다. 또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에 지시할 일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에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 전 차장은 “통화 당시 간첩 얘기가 나온 적 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체포 지시를 내렸느니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평화적 계엄’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형민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