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 조치로 미·중 무역전쟁이 재확산 기로에 섰다. 각각 세계 1, 2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양국의 충돌은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양국은 일단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두는 중국이 더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3610억 달러(526조원)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4일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산 제품에는 평균 약 20%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관세 부담은 약 30%로 높아진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추가 관세 명분이 합성마약 펜타닐 문제라는 점도 협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무역 불균형 해소보다는 중국이 양보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은 펜타닐 전구체(합성 전 단계의 화학물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한 값싼 전구체가 멕시코에서 합성된 뒤 몰래 미국으로 반입된다고 본다. 중국이 펜타닐 전구체 수백종에 대한 전면적 통제를 결단한다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가 캐나다·멕시코처럼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관세전쟁은 서막에 불과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에 중국에 대한 6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약속했다. 막대한 무역 불균형 해소가 명분이다.
미·중 양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2년간 무역전쟁을 벌였다. 당시 양국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다가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2020년 1월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중국은 2020년부터 2년간 미국에서 2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중국은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못했다.
중국은 당시 합의를 복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당시보다 훨씬 더 커진 만큼 미국은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게리 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멕시코와 달리 중국이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분명히 어렵다”면서 “양국이 일부 문제에 합의해도 관세 조치는 거듭 취해질 수 있으며 이는 올해 시장 불확실성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