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4일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지방 미분양 사태 등 민생 현안을 점검하는 당정협의회를 연이어 열며 ‘민생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경제·산업 정책 등에서 우측 깜박이를 켜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견제하는 동시에 정책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정은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특례를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처리키로 했다고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에너지3법’(전력망확충특별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도 이달 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금 곧바로 시작해도 우리와 경쟁하는 주요국을 따라잡고 민생을 살리기에 충분치 않다.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반도체 특별법과 에너지3법 등 주요 경제법안 처리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여당과 보조를 맞췄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에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8개 경제부처 차관급을 소집해 경제 분야 민생대책 점검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특정 사안 위주로 열리는 당정협의회에 여러 부처 간부들이 한꺼번에 모인 건 이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정협의회를 사실상 부처 업무보고 크기로 키워 탄핵 국면에서 이완된 당정 협력을 복원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회의에서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5일과 7일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전력망 확충을 위한 현장 간담회와 비경제 부처 대상 사회 분야 민생대책 점검을 위한 당정협의회도 각각 연다.
여권의 행보에는 최근 민생경제 이슈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 대표에게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민생 프레임으로 국면을 전환하려 하지만 우리가 집권당”이라며 “정책 추진·집행은 하더라도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전날 주재한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를 거론하며 “실용주의 코스프레는 하고 싶고, 민주노총 눈치는 봐야 하니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늘어놨다”고 깎아내렸다. 또 “맹탕 토론회는 입법 권력을 독점한 이 대표가 대한민국 반도체산업계를 향해 ‘해줄까, 말까’ 조롱하는 것”이라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고소득 반도체 연구진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국회 통상특별위원회 구성 제안에 대해서도 “지금은 한가하게 대비 운운할 때가 아니라 정부가 중심을 잡고 위기에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발목잡기를 멈추는 게 야당의 책무”라고 대응했다.
이종선 박민지 기자, 세종=김혜지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