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송철호 ‘증거 부족’ 무죄 판결… 징역 3년 1심 뒤집혀

입력 2025-02-04 18:26
송철호(왼쪽)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권현구 기자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경찰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이른바 ‘하명 수사 의혹’을 유죄로 인정해 핵심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는데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4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와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경찰이 송 전 시장 당선을 위해 경쟁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당시 울산시장)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는 등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김 의원은 낙선했고 송 전 시장이 당선됐다.

1심은 송 전 시장이 2017년 황 원내대표를 만나 김 전 의원 측근 관련 수사를 논의한 사실을 인정했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김 의원 측근 비위 정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제공하고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첩보 보고서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해 경찰에 이첩하는 등 ‘하명 수사’가 이뤄진 공소사실도 유죄로 판단했다.


2심도 송 전 시장과 황 원내대표의 만남, 송 전 부시장의 비위 정보 제공, 청와대 첩보 보고서 작성 및 경찰청 이첩 등 사실을 인정하면서 “유죄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송 전 시장의 수사 청탁과 청와대 하명 수사’로 연결 짓기에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2심 판단이 엇갈린 데는 핵심 증인이었던 윤모 전 민주당 울산시당 정책위원장 진술에 대한 신빙성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송 전 시장 선거캠프 전신인 ‘공업탑기획위원회’ 일원이었던 윤씨는 1심 법정에서 “송 전 시장이 김 의원 관련 비위 자료를 들고 황 원내대표를 만났고 이후 ‘소통이 잘됐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윤씨 진술은 수사 청탁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였다. 1심은 “전반적 취지를 볼 때 믿을 수 있다”며 유죄 증거로 봤다. 하지만 2심은 “구체성이 없는 추상적 진술”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씨가 2심 법정에 세 차례 소환에도 출석하지 않은 점, 민주당 탈당 후 김 의원을 지지한 점 등을 이유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백 전 비서관 등이 송 전 시장 등과 김 의원 수사와 관련해 연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송 전 시장과 황 원내대표, 청와대 관계자들이 순차 공모해 하명 수사가 진행됐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항소심 결론이다.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은 앞서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선고는 검찰이 2020년 1월 황 원내대표 등을 기소한 지 약 5년 만에 나왔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강행규정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선고)이 적용되지만, 이번 사건은 1심 심리에만 4년 가까이 걸려 대표적 재판 지연 사례로 꼽혔다.

황 원내대표는 선고 후 “검찰의 부당한 수사·기소로 인한 피해는 더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송 전 시장도 “이 사건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치적 조작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상고를 통해 항소심 판결 시정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