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시장의 경력직 선호 현상 확산이 사회초년생들의 평생 소득을 13% 감소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무 경험이 없는 이들의 첫 취업이 늦어져 생애 총 취업 기간이 2년 줄어들면서다.
한국은행이 4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신규 채용 계획에서 경력직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까지 올라왔다. 경력직 채용에 주로 활용되는 수시 채용 비중은 2019년 45.6%에서 2023년 48.3%로 증가했다.
보고서 공저자인 채민석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과 장수정 조사역은 “근로자 측면에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기업 측면에서는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이다. 분석 결과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은 경력자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는데, 이는 20대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모형을 이용한 분석 결과 20대의 상용직 고용률은 30대와 비교해 17% 포인트 낮았다. 이 중 7% 포인트 차는 경력직 채용 확대 때문이었다.
사회초년생의 첫 취업이 늦어지면 생애 총 취업 기간과 소득도 줄게 된다.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이들이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생애 총 취업 기간은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었다.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 기대할 수 있는 평생 소득을 연 5% 금리로 할인한 현재 가치도 3억9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13.4% 감소했다.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제약될수록 구직 포기 청년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청년들의 고용률은 더욱 낮아진다. 한은은 비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낮아지면 20대 청년들의 고용률이 현재보다 5.4% 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사회초년생의 취업 기간과 평생 소득도 각각 1.6년, 10.4% 더 감소한다.
한은은 청년층이 현재 노동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경력 개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학교, 기업, 정부 등이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나 체험형 인턴 등 다양한 교육·훈련 제도로 청년들에게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중소기업에서 청년들이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