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고 경제 성장률은 1.3%대 머물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수출기업 10곳 중 4곳은 경영 환경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4일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한다면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치권 갈등 장기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투자·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재정 공백이 발생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1.3%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의 경제 성장률 예측치보다 0.3~0.7%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SGI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올해 환율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자국(미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돼 원·달러 환율이 4% 이상의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양수 SGI 원장은 “환율 급등과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경제 변화가 맞물린 현재 상황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선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양한 대응책이 실질적으로 실행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 기업 등이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날 발간한 ‘2025년 수출기업의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수출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전반적인 경영 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1010개사 중 37.3%는 전년 대비 ‘악화’, 48.6%는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꼽은 품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선박 분야가 유일했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습으로 수출 단가가 하락한 화학공업 제품과 플라스틱·고무·가죽 제품은 국내외 투자 계획이 크게 감소한 품목에 해당했다.
수출기업은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환율 안정(28.1%)과 물류 지원(15.7%) 등을 꼽았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정책적 지원과 함께 향후 추가로 이뤄질 보호무역 조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