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기술 심는 카카오 vs 자체 AI 모델 키우는 네이버

입력 2025-02-04 18:32 수정 2025-02-05 00:50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3자 회동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카카오가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4일 밝혔다. 원천 기술 확보에 매달리지 않고, 해외 빅테크의 기술을 차용해 AI 서비스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려는 것이다. 반면 네이버는 독립적인 AI 역량을 갖추는 ‘소버린AI’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오픈AI와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의 5000만 사용자를 위해 오픈AI와 공동 프로덕트(제품)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올해 선보일 AI 서비스 ‘카나나’에 오픈AI의 최신 AI 기술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계획이다. 카나나의 언어모델은 카카오 자체 모델과 오픈AI 모델을 함께 이용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했다. 올트먼은 정 대표와의 대담에서 “카카오와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모두 AI와 메시징(messaging)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제휴에 대해서 “오픈AI의 미션은 범용인공지능(AGI)의 장점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향후 카카오와 공동 제품을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두 기업의 협업은 초기 단계다. 정 대표는 어떤 공동 제품을 개발하는지 묻는 질문에 “구체적 형상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사용자 니즈와 가장 맞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자체 AI 기술력 확보에 한계를 느끼자 서비스 개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본다. 앞서 카카오는 자체 AI 모델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우수한 모델을 선택해 서비스로 구현하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해외 기업과 협업 과정에서 데이터 보안과 주도권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대표는 “사용자 데이터 포함 AI 윤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픈AI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오픈AI와의 협력을 공식화하면서 소버린AI를 추구하는 네이버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네이버는 오는 9~12일(현지시간) 열리는 중동 최대 기술 전시회 ‘LEAP 2025’에서 AI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가치 사슬을 소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자국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소버린AI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