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딥시크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뭉쳤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사상 최대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4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올트먼 CEO, 손 회장과 3자 회동을 했다. 손 회장은 회동에 앞서 “스타게이트의 업그레이드와 삼성그룹과의 잠재적 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아직) 없다. 잠재적인 협력 논의”라고 말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회동 이후 손 회장은 삼성의 스타게이트 합류에 확답하지 않으면서도 “논의를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으로, 미국에 5000억 달러(약 720조원)를 투자해 초거대 AI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천문학적 투자 규모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비현실성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이 한국을 찾아 협력 요청에 직접 나서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등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협업과 투자 논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트먼 CEO는 3자 회동 전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먼저 만나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업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올트먼 CEO의 광폭 행보에는 중국에 AI 패권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시크는 미국의 수출 규제에도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빅테크에 버금가는 AI 모델을 출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AI 주도권이 재편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오픈AI가 전방위적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희정 윤준식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