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수출 기업들이 글로벌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호실적을 냈다. 풀무원은 연매출 ‘3조 클럽’에 처음 입성했고 오리온 역시 함께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관세 철폐와 고환율이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풀무원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3조213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4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7.4% 증가한 수치로, 창사 40년 만에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8.6% 증가한 921억원을 기록했다.
풀무원 측은 “식품 서비스 부문 성장과 이익 확대, 해외사업의 성장 및 손익 개선으로 연결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풀무원 해외사업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2를 담당하는 미국 법인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현지 K푸드 인기와 식물성 식품 수요 확대로 주력 사업인 두부와 아시안 누들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2.1%, 21.1% 증가했다.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한 풀무원은 현지인 입맛에 맞춘 두부 제품으로 10년째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아시안 누들과 K간식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법인을 거점으로 유럽 시장에도 진출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역시 K푸드 열풍으로 스낵류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매출이 3조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리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3조1003억원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0.8% 오른 545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리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63.5%로 국내 매출을 크게 앞질렀다. 글로벌 연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브랜드는 초코파이를 비롯해 9개에 달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선전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국내 진천통합센터를 착공하고 러시아 트베리 신공장 생산동을 신축하는 등 생산시설을 확충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농심, 오뚜기, SPC삼립 등 기업도 앞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들 기업 역시 지난해 연간 매출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정치적 불안과 대형사고 등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해외사업 호조에 힘입어 수익성 강화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고환율로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치솟는 환율로 원재료 수입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 원가가 상승하는 점도 악재다.
업계 관계자는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현지 제조공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여파를 감소시키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 설비를 마련하는 등 공을 들여온 기업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