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샘 올트먼 한국 협력 공식화… AI 경쟁 지렛대 삼아야

입력 2025-02-05 01:30
샘 올트먼. AFP연합뉴스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가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우리 기업 대표들을 잇달아 만났다. 카카오와 파트너십 방안을 발표하는 등 한국 산업계와의 협업을 공식화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글로벌 AI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주도권 다지기에 나선 모양새인데 우리에게도 긍정적이다. 탄핵 정국 속에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진 우리로서는 이 기회를 잘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올트먼 CEO는 4일 서울에서 열린 오픈AI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에서 “한국은 반도체 에너지 등 AI와 관련된 강력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많다고 본다”고 했다. 스타게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표한 AI 합작 프로젝트로 오픈AI가 주도하고 있다. 올트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을 만나 활발한 기술 협력을 예고했다. 특히 이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3자 회동해 한·미·일 AI 삼각동맹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의 스타게이트 생태계 합류 가능성이 생긴 것인데 고무적인 일이다.

세계는 이미 AI 무한 경쟁에 들어섰다. 중국은 오픈AI GPT4 개발비의 10% 수준인 80억원으로 개발한 딥시크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AI 인프라에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약 720조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올트먼이 이번 방한 중 광폭 행보를 한 것도 AI 패권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세계가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지만,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빠져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니 안타깝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폐지, 반도체특별법 통과, AI 추경 편성 등이 시급하다. 반도체 법안은 경쟁국에 비해 국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보조금·인프라 지원을 명문화한 것이다.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로 인정하는 조항에 반대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장을 선회하며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진 건 다행이다. 반도체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AI 경쟁·관세폭탄 등 우리를 둘러싼 글로벌 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AI는 단순한 기술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위기의 AI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