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집사를 심부름꾼 취급… 교회 내 갑질도 심각

입력 2025-02-05 03:02
일터 곳곳에 갑질 경고등이 켜졌다. 방송사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5년 연속 우상향이다. 교회 역시 갑질 안전지대가 아니다. 일터 선교사인 크리스천은 갑질로부터 안전한 문화를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까. 갑질을 당한 동료와 교인에겐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까. 국민일보는 교회 안팎 갑질 실태를 살펴본 뒤 교계의 과제와 방향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10명 중 3명.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 30.5%가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괴롭힘 수준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3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일수록 심각했다.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모욕·명예훼손’(17.5%) ‘부당지시’(17.3%) ‘업무 외 강요’(16.5%) ‘폭행·폭언’(15.5%) ‘따돌림·차별’(13.1%) 순으로 파악됐다. 갑질 경험자 중 15.6%는 “자해·자살까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5년 새 6배나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1만2253건으로 2023년(1만1038건)보다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2019년(2130건) 2020년(5823건) 2021년(7774건) 2022년(8961건)으로 5년 연속 늘었다.


갑질 사례는 교회에서도 나타났다. 13년차 관리집사 이정훈(가명·60)씨는 교회 인근 사택에 머물면서 24시간 교회 시설 관리를 도맡는데, 교인들의 개인적인 심부름도 더러 하고 있다. 교인들의 이삿짐을 옮긴 적도 있다. 이씨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삿짐센터 인건비가 일당 20만원은 될 텐데, 한 권사님께서 5만원을 줄 테니 도와 달라고 했다”며 “교회 내에서 영향력 있는 교인의 부탁이라 거절하기 어려웠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관리집사에겐 반말 지시가 익숙하다”며 “가끔 ‘반 머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했다. 관리집사들의 모임 ‘청지기회’ 회원인 그는 “지방 교회로 갈수록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일부 교회에서는 부부를 함께 채용하면서도 월급을 60만~80만원만 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북 한 교회에서 관리집사로 20년 넘게 일한 김성수(가명·70)씨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별도의 사례를 받지 않는 아내에게 교회 업무가 내려질 때도 있다”며 “교회는 서로 섬기는 곳인데 섬김만 받고 갑질까지 하는 일부 교인을 대할 때마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다수 계약직 근로자에 해당하는 부교역자들도 일부 교회 내 갑질을 겪는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부목사 10명 중 1명(9%)도 “교인들로부터 갑질을 당하거나 무시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의용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은 “큰 교회일수록 교인들이 분리수거조차 하지 않는다”며 “궂은일을 ‘누군가가 할 일’로 여기면서 책임을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 안팎에서 크리스천이 평화를 이루려면 작은 배려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하다못해 복사기 주변이 지저분하면 먼저 치우는 사람이 되자. 그런 모습이 쌓일 때 주변의 신뢰와 호감을 얻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 석좌교수도 교인들이 직장 내 신뢰를 얻어야 직장 내 갈등 개선 역할의 여지가 생길 거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갑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땐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는 또 다른 갑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성 손동준 김동규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