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이야기에서 나를 찾는다… 기독대안학교의 거룩한 실험

입력 2025-02-05 03:04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기독대안학교인 이야기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지난해 교실에서 TfT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학교 제공

4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이야기학교(교장 장한섭)는 기독대안학교다. 방학 기간이라 학생들을 볼 수 없었지만 각 교실 벽면에 학생과 교사의 수업활동을 담은 사진과 그림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얼핏 일반 수업활동 내용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학생과 교사가 성경 속 이야기를 접목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올바른 비전을 갖고 하나님 섭리에 부합하는 다양한 실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야기학교를 비롯해 광주 세품기독학교(교장 손천수), 경기도 용인 스프라웃 국제학교(교장 이웅) 등 기독대안학교에서는 최근 선진적인 기독교육 과정인 ‘TfT’(Teaching for Transformation·변혁을 위한 교육)를 도입해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학생과 교사가 하나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에 있는 크리스천 교사들이 기독교교육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같은 교육과정이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기독교학교가 이 과정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국내 대안학교들은 2022년부터 연수를 통해 교육과정을 습득했다.

교육은 4가지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깊은 소망’이다. 학생과 교사로 부름받은 성경적 이유와 신앙적 사명 등을 가르친다. 두 번째는 ‘스토리 라인’으로 창조, 타락, 구속, 회복이라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과 교사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성찰한다. 이후 하나님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연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교육받는다. 장한섭 이야기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하나님 이야기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며 “배움의 증거와 결과물을 보여주는 스토리보드가 교과 교실마다 부착돼 있다”고 전했다.

‘하나님이 부르신 역할’에 대한 교육도 행해진다. 하나님의 이야기 안에서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10가지 유형으로 가르친다. 경배하는 사람, 우상을 분별하는 사람, 지구를 지키는 사람,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 창조 세계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 공동체를 세우는 사람,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 질서를 발견하는 사람, 종으로 섬기는 사람,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하는 사람 등이다.

이론적 교육에서 벗어나 역할을 실천하고 경험하는 ‘형성 학습 교육’도 이뤄진다. 손천수 세품기독학교 교장은 “지구를 지키는 사람이 되기로 결단한 학생들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구청에 민원을 넣거나 자체적으로 푯말을 만들어 설치하기도 한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능동적이고 회복적이며 창의적인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