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엘살바도르가 미국의 범죄자와 추방자를 국적에 상관없이 수용하기로 했다.
CNN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회담한 뒤 “우리나라에 대한 특별한 우정의 일환으로 (엘살바도르는) 세계 어디에서도 전례가 없는 특별한 이주 협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엘살바도르가 미국에서 추방된 자국민뿐 아니라 모든 국적의 범죄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MS-13·트렌데아라과 등 국제 범죄조직 구성원도 엘살바도르 감옥에 수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중 ‘위험한 범죄자’로 분류된 수감자 일부를 엘살바도르로 이송하는 방안도 이번 협정에 포함됐다.
부켈레 대통령도 엑스를 통해 합의 사실을 알렸다.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미국 시민권자 포함)만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수용할 것”이라며 “그 대가로 받는 수수료는 미국에 부담이 적은 금액이지만 우리에게는 교도소 시스템 유지를 위한 중요한 재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반인권적인 합의라고 비판했다. 라틴아메리카연합시민연맹의 로만 팔로마레스 의장은 “추방된 비범죄 이민자들을 가축처럼 취급하며 출신 국가와 관계없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송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에머슨칼리지의 므니샤 겔먼 교수는 “권위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양국 우파 지도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 전례 없는 제안”이라며 “이는 어떤 종류의 법적 조항에도 뿌리를 두고 있지 않으며 이민자의 권리와 관련된 여러 국제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는 2022년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갱단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비상사태로 수감된 8만여명 중 상당수를 무죄로 보고 있다고 CNN 은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