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과 해당 지주사들에 대해 실시한 2024년도 정기검사 결과 3875억원의 부당대출 사실을 적발했다. 위법규모도 규모지만 영업 행태를 보면 은행에 맘 놓고 돈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오죽하면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회사로서 기본적인 윤리의식과 역량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한탄했을까.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대출한 돈은 730억원으로 애초 지난해 8월 적발된 350억원보다 380억원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338억원은 이미 부실이 진행된 상태라고 하니 대출 건전성 관리마저 뒷전에 두고 있었음은 불문가지다. 단기 성과만을 의식한 임직원들의 부당대출도 무려 1600억원으로, 은행이 지주회장의 사금고로 전락한 마당에 임직원 부당행위가 제대로 감시됐을 리 있겠는가. 특히 부당대출 징계기준이 20억원으로 타 은행(2억원)보다 크게 낮은데다 그나마 견책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게 주 원인이었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이처럼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은행권 전반의 고질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민·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600억원으로, 브로커와 공모해 대출 사기를 저지르는 행태도 갈수록 조직적이고 대형화하는 추세다. 국민은행의 한 영업점 팀장은 브로커 및 시행사와 결탁해 892억원의 대출을 일으키고,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은행들은 이처럼 내부 비리엔 관대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출금 연체 발생 시 예금과 대출을 상계하면서 최저생계비까지 상계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형식적인 제재로 은행들에 일탈의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닌지 반성하고 금융사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