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상가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쏠트플러스39’. 원목 소재의 가구와 따스한 노란 조명이 어우러진 아늑한 공간에 재즈 버전의 CCM이 흐르며 이곳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다고 분위기로 승부하는 곳은 아니다. 오픈 1년 만에 이탈리아판 미슐랭으로 불리는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 인증을 획득했다.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와 정부가 공인하는 이 인증을 받은 곳은 국내엔 단 16곳뿐이다. LS그룹 구자은 회장, 배우 신세경,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등 유명 인사들의 단골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성악가이자 요리사인 김은수(45) 쏠트플러스39 대표는 이 곳을 단순한 식당이 아닌 하나님의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비전교회 집사기도 한 김 대표를 최근 그의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성악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
김 대표의 시작엔 목회자였던 할아버지가 있다. 경주 동일교회에서 목회를 했던 할아버지는 김 대표의 신앙과 음악적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성악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신학 전공을 원했던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성악의 길로 들어선 그는 경북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2006년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을 떠났다. 로마에서 여행가이드로 일하며 학비를 마련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 합격했고 떼라모의 가에타노 브라가 음악원에서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그는 유학 중 로마 한인교회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한 뒤 생계를 위해 여행가이드와 성악 활동을 병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성악가였던 그가 요리의 세계에 접어들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는 한국에서 온 VIP를 대상으로 한 여행가이드 일을 통해 이탈리아 전역을 누비면서 고급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셰프들과 교류하며 요리의 깊이에 빠졌다고 전했다.
새로운 재능, 요리사의 길로
김 대표는 2015년 체류 문제로 한국에 돌아왔다가 서울에 정착했다. 처음엔 생계를 목적으로 성악 활동을 하다 이탈리아 식재료 수입 회사에서 요리 시연을 담당하는 셰프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에 뛰어들었다. 식재료와 레시피를 연구하며 실력을 키운 그는 홈쇼핑 방송에서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라쿠치나 자문 셰프와 롯데 연구·개발(R&D) 코리아 등에서 메뉴 개발과 요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계속해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성악가로서의 열정도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2020년에는 예술의전당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성악과 요리, 두 가지 분야를 모두 붙들고 살아온 김 대표는 “모든 길은 하나님께서 열어주시고 인도해주셨음을 느낀다”며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과 은혜로 지금의 내가 있어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신앙으로 시작된 ‘쏠트플러스39’
김 대표가 레스토랑을 꿈꾸게 된 배경엔 코로나19가 있다. 2018년부터 쿠킹클래스를 열면서 소규모 코스 요리를 제공하던 공간이 있었는데, 팬데믹으로 5인 이하 모임만 가능해지면서 오히려 레스토랑을 운영할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시작은 쉽지 않았다. 투자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그는 날마다 새벽기도를 하던 중 아내가 알아본 현재의 상가 건물을 찾았다.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의 출발지를 찾았지만 재정적 어려움은 여전했다. 부모님 교회 집사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인테리어를 마치고 가구를 마련해 2023년 11월 어렵사리 문을 열 수 있었다.
쏠트플러스39는 ‘빛과 소금’이라는 성경적 가치를 담아 사람들에게 맛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레스토랑 이름은 성경 속 소금과 이탈리아 국가번호 39를 결합한 뜻이다. 김 대표는 “소금이 음식의 맛을 내듯,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이탈리아 문화와 음식으로 사람들이 기쁨과 힐링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교 문화 레스토랑’이 되기까지
김 대표는 레스토랑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교회 목사님께서 우리 식당을 ‘선교 문화 레스토랑’이라고 불러 주셨다”며 “모든 손님을 주님께 대하듯 친절히 맞이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와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악가로서의 경력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식당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 의사들이 찾아와 그의 노래를 듣고 음식 이상의 힐링을 받았다는 감동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아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김 대표가 직접 노래를 선물하기도 한다.
그는 교회 목사와 선교사, 성가대 등 신앙 공동체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며 간증의 시간을 자주 마련한다. 교회 행사에 출장 요리를 제공하며 섬김의 손길을 더하는 것도 주요 활동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사업을 통해 건강한 식문화를 전파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을 살리는 비즈니스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전도서 말씀으로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음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전 9:7) 우리 레스토랑이 이 말씀처럼 기쁨과 위로를 전하는 공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