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사망의 골짜기를 쉴 만한 물가로

입력 2025-02-05 03:04

성인이 되기까지 양치기로 살아왔던 다윗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이미지인 목자의 모습을 떠올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소년 시절 다윗은 곰과 사자에게 양이 물려갔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사자와 곰을 쳐 죽이고 맹수들의 입에서 양을 구해내는 선한 목자였습니다. 사자와 곰을 상대하는 일은 무모한 일입니다. 그러나 선한 목자는 양을 지키는 일에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습니다. 다윗은 사자의 이빨과 곰의 발톱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낸 것은 자신의 힘과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이셨다고 고백합니다.

다윗은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주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히 나를 따른다’고 노래합니다. ‘따른다’고 번역된 히브리어 ‘라다프’는 ‘추격한다’ ‘끝까지 쫓아간다’는 뜻입니다. 선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끝까지 쫓아와 맹수의 입속에서조차 구원해 내시고 지켜주실 것이라는 그의 고백은 원수로 인한 위기가 많았던 다윗의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너무나 아름다운 시구입니다.

다윗은 목자의 수고 같은 하나님의 사랑을 ‘내 영혼을 소생시키셨다’고,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게 하셨다’고 노래합니다. ‘소생시키셨다’ ‘살게 하셨다’고 번역된 히브리어 ‘슈브’를 원래 뜻대로 번역하자면 ‘돌아오게 하셨다’ 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잃어버린 양을 찾아 돌아오게 하시는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을 다윗은 찬양합니다.

목자이신 하나님의 사랑과 선하심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그가 지키는 양은 무서울 게 없습니다. 누가 그의 사랑 앞에서 그의 양을 빼앗아 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대적인 사망과 권세조차 십자가 사랑 앞에 있는 그의 양을 해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노래합니다.

골짜기는 물이 흐르는 곳입니다. 물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기에 골짜기엔 많은 짐승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골짜기는 생존을 위해 생명을 걸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갈증을 해소하려고 골짜기를 찾아온 짐승을 노리는 포식자와 맹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목자와 함께 있는 양들에게 있어서 골짜기는 사망의 음침한 곳이 아니라 푸른 풀들이 가득한 쉴 만한 물가입니다. 아무도 지팡이와 막대기로 무장한 목자와 함께 있는 양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맹수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을지라도 목자와 함께 있는 양들은 두려울 게 없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목자이신 하나님께서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차려주신다’고 노래합니다. 상을 차려주신다는 것은 식탁을 차려주신다는 말입니다. 목자와 함께 있다면 건너편에서 노려보고 있는 맹수도 걱정할 게 아닙니다. 목자와 함께라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도 두려움 없이 배불리 먹을 푸른 풀밭이요 쉴 만한 물가가 됩니다. 그렇기에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신다는 다윗의 노래는 원수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날을 꿈꾸는 그런 부류의 노래가 아닙니다. 대적의 어떤 방해와 술수와 위협에도 개의치 않고 살아가게 하시는 담대함에 대한 노래입니다. 하나님을 목자로 두면 눈치 보지 않습니다. 주눅 들지 않습니다. 두려움에 겁먹지 않습니다.

예수를 믿으십시오. 주님은 눈물 많은 우리 삶을 푸른 풀밭, 쉴 만한 물가로 만들어 주시는 목자이십니다.

이형준 목사(뉴시티광염교회)

◇경기도 양주에 있는 뉴시티광염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교회입니다. 건강한 교회, 행복한 교회,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를 표방합니다. 칼뱅주의 신앙의 유산을 따르며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섬기는 교회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