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국민의 소리 듣는 지도자

입력 2025-02-05 00:34

최근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여야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도 각자 입장에 따라 그렇게 주장을 한다. 제각각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고 하니 의문이 생겨난다. 과연 ‘국민’은 누구이며, ‘듣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민은 다음 중 누구일까. ①나와 견해가 같은 사람들 ②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들 ③나와 견해가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사람들 ④그런 모든 사람들. 여기에 대한 대답은 국민들 각자의 성향이나 처지에 따라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각자의 답이니 큰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정치 지도자에게 “국민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다. ④번을 택한 사람은 모든 국민을 지향하는 지도자다. 그는 모든 국민의 처지를 향상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 그는 자신의 지지층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까지 포함해 국민 전체를 고려하며 정책을 수립한다. 그에게 정치란 분열됐고 갈등하는 사람들을 통합하고, 풀지 못하는 과제를 풀기 위한 수단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지도자는 나라를 통합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①번을 택한 사람은 제왕의 권력을 누리려는 지도자다. 그는 특정 집단의 대표이기에 국민의 대표는 아니다.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만 국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의 갈라섬보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관심이 있다. 반대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 이러한 정치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 간 신뢰를 무너뜨린다.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을 지향해야 한다. 지향한다는 것은 항상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 가난하거나 부유한 사람,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믿는 사람,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 등 모두를 항상 마음에 둬야 한다. 그런 지도자 밑에서 국민은 자유로우면서 통합하고 성장한다.

우리 앞에 드러나는 대부분의 지도자는 국민을 지향하고 있노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진짜 그런가를 알아보려면 두 번째 조건인 “국민의 소리를 듣는가”라고 질문해 보면 된다. 여기서 듣는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언어’를 기꺼이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지칭한다. 그래야 말하는 사람의 현실은 어떠한지,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알고 심정을 이해한다.

국민을 향한 지도자는 국민의 현재 어려움과 미래의 바람이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듣는다. 빈곤층으로부터 부유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처지를 함께 느끼며 배운다. 그 아픔과 힘듦 그리고 희망을 고스란히 느끼기에 수많은 밤을 고심한다. 그의 고민만큼 국민의 마음은 평온해진다.

국민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지도자는 듣는 척만 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이 힘들다고 말해도 무엇이 힘든지 느끼지 못한다. 국민에게 배우려고 하기보다 충고하고 가르치려 할 뿐이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식의 말을 한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한 선언적 메시지나 형식적인 공약을 내놓는다. 하지만 국민의 삶은 말뿐인 정책으로 나아지지 않는다.

차기 국가 지도자를 뽑는 기준을 정해 달라면 우선 국민을 지향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다음으로 국민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고 말하겠다. 그런 사람이 모든 위기의 순간에 대한민국을 위대하게 만든 공동체의 가치와 힘을 회복하게 만들고, 원팀 코리아를 통해 한국을 다시 세계 주역으로 끌어올릴 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이 나라는 지도자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일부는 기뻐하고 다른 일부는 슬퍼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