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온정의 콩

입력 2025-02-05 00:34

설 연휴 동안 직업인으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대패를 잡았던 날부터 첫 작업실 공사, 그리고 지금의 터전으로 이전하기까지의 날들을 블로그에 기록했는데, 일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삶의 자취였다. 톱질에 몰두하는 수강생 모습, 여러 전시와 행사, 주문제작에 얽힌 이야기 등 사진과 글이 뒤섞인 포스팅을 전부 읽고 나니 꼬박 사흘이 지나 있었다. 나무 향 가득한 시간 속에서 열심히 살았다는 기록도 의미가 있었지만 차곡차곡 쌓인 글만큼 이웃에게 나눈 콩의 개수도 많았다는 사실이 더 뿌듯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면 ‘기부콩 1개 받기’라는 팝업창이 뜨고, 이를 클릭하면 100원의 가치가 있는 ‘콩’이 적립된다. 가상화폐인 콩은 ‘해피빈’이라는 온라인 기부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클릭 몇 번으로 다양한 공익 활동에 참여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어 편리하고 유익하다. 일상의 기록이나 정보 공유, 홍보 수단에 그치지 않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더 적극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썼다.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작업일지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보금자리에 온기를 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보람이었다. 거액의 기부를 할 수 있는 형편은 안 되어도 일상 속에서 작은 관심만으로도 후원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기에 부담 없이 지속해 왔던 것 같다. 그렇게 숨은 천사라는 이름으로 수년간 모으고 나눈 콩은 보육원 난방비, 이재민 구호활동비, 소아암 수술비, 유기견 구조비, 분쟁지역 아이들 교육비로 쓰였다.

오늘, 1만7000여명의 숨은 천사가 어려운 이웃에게 콩을 나눴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작은 관심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변화를 실감한다. 세상과 소통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선순환 구조의 플랫폼이 더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온정이 넘치도록.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