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일 선고 일정을 연기한 배경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의 청구인 자격’ ‘재판관 선출 관련 여야 합의’ 등 최근 불거진 쟁점에 대한 추가 심리 필요성이 꼽힌다. 여권을 중심으로 헌재가 ‘재판관 셀프 임명’을 위해 관련 절차를 서두른다는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신중한 검토를 거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헌재 관계자는 “선고 당일 연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절차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넘어가기 어렵다는 재판관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국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 대해 지난달 22일 첫 변론을 진행하고 바로 변론을 종결했다. 이어 3일 오후 2시로 선고 기일을 잡았다. 우 의장이 지난달 3일 국회를 대표해 심판을 청구한 지 한 달 만이다.
선고 일자가 잡힌 뒤 최 대행 측은 거듭 변론 재개를 요청했다. 지난달 24일 “여야 합의 관련 핵심 증인 채택 없이 변론을 종결하면 안 된다”며 1차 변론 재개 신청을 냈지만 헌재는 기각했다.
헌재의 ‘속도전’을 놓고 각종 탄핵심판의 충실한 심리를 위해 재판관 9인 체제 완성이 시급하다는 법조계 평가도 나왔다. 반면 여권은 헌재가 ‘9인 완전체’ 구성을 지나치게 서두른다며 반발했다.
앞서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선출 재판관 3명 중 여야가 각각 추천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고 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 미확인’을 이유로 보류했다. 국회 측은 ‘재판관 선출 권한’을 침해받았다는 입장이다. 권한 침해가 인정되면 최 대행에게는 법률상 마 후보자 임명 의무가 생긴다. 여권은 진보 성향 재판관 1명이 추가 임명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재는 변론재개 결정 뒤 국회 측에 오는 6일까지 “국회가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하기 위해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측은 이미 ‘헌법·국회법·헌재법 어디에도 국회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때 별도 의결이 필요하다는 조항은 없다’는 내용 등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최 대행 측은 지난 1일 헌재에 “우 의장이 국회 표결 없이 국회를 대표해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며 청구가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헌재는 최 대행 측에는 6일까지 ‘여야 합의 유무’ 쟁점 관련 증거를 낼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는 선고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에도 최 대행 측에 해당 쟁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최 대행 측은 긴박한 요청에 응하기 어렵다며 재차 변론 재개 신청을 냈다.
지난해 12월 9일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각각 재판관 추천 공문을 우 의장에게 보냈는데, 국회 측은 이를 여야 합의 증거로 본다. 반면 최 대행 측은 “공문만으로 합의가 증명되지 않는다”며 두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공문 작성 경위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형민 송태화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