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5] “가만히 있으면 죄… 너의 달란트로 세상 바꿔라”

입력 2025-02-04 03:07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자신의 신앙과 경영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28세 청년이 세운 광고회사가 세계적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2007년 창업 이후 노스페이스 빙그레 정관장 버거킹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며 칸 라이언즈, 뉴욕 페스티벌, 클리오 광고제 등 세계 유명 광고제에서 본상을 거머쥔 이노레드다. 국내 독립 광고회사로는 이례적인 성과다. 그 중심에 박현우(44) 대표가 있다. 그런데 정작 박 대표가 자랑한 건 수상 실적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기업인으로 오셨다면 어떤 리더였을까.” 박 대표는 이 질문을 경영의 중심에 둔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이노레드 사옥에서 만난 그는 “사랑받는 회사는 직원이 사랑받는 곳이어야 하고 사랑받는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브랜드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노레드는 창업 초기부터 비디오 기반의 디지털 브랜딩에 집중했다. 그리고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하면서 디지털 영상 광고의 시대가 열렸다. 박 대표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광고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경험’이 돼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감정을 나누고 가치를 공유할 때 오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노레드는 독특한 조직 문화로도 유명하다. 늦게 출근해도 되는 ‘지각데이’부터 분기별 ‘시네마데이’ ‘해외 펀미팅’ 같은 복지제도를 통해 구성원의 삶을 존중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런 제도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 문화는 제도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온다”며 “직원들을 개개인으로 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문화가 회사의 창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이노레드 직원 70%는 비기독교인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주 1회 리더십 미팅에서 성경을 읽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말씀 묵상 모임’도 지난해 직원 제안으로 재개했다. 그는 “홍해가 갈라지는 것만 기적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하나님이 일하심을 보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신앙을 강요하지 않는 그의 방식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신앙을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주고 있다. “저는 직원들에게 ‘교회 가자’고 말해본 적이 없습니다. 신앙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 사람이 다니는 교회라면 나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 그것이 크리스천 기업인이 할 일 아닐까요.”

박 대표는 지금껏 진행해 온 광고 캠페인 가운데 유튜버 비글부부가 만든 화장품인 리바이포유 ‘감사 캠페인’과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의 ‘자란다 캠페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브랜드가 감사를 이야기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비글부부에게는 진정성이 있었다. 또 한국컴패션 캠페인은 광고료 없이 진행하며 한국전쟁 고아를 돕던 단체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썼다. 박 대표는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까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할까를 고민하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고 전했다.

청년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대표는 비전과 꾸준함을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은 달란트를 땅에 묻은 종을 책망하셨다”며 “가만히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무엇이든 도전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다만 신앙생활에만 매몰되는 것은 경계했다. “예배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꾸준히 가야 합니다.”

또 삶의 조건을 탓하지 말라는 부탁도 전했다. 때로는 결핍이나 장애마저도 ‘하나님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 판단으로 실패나 장애물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하나님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우 대표가 추천한 다음 인터뷰이 성가은 노스페이스 사장
침체기에 1조원 브랜드로 견인
지속가능성·혁신 추구하는 리더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는 갓플렉스 인터뷰 다음 주자로 성가은 영원아웃도어(노스페이스) 사장을 추천했다. 박 대표는 성 사장에 대해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기 속에서도 노스페이스를 1조원 브랜드로 성장시킨 뛰어난 리더”라며 “지속가능성과 혁신을 고민하며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철학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성 사장은 2004년 영원아웃도어(구 골드윈코리아)에 입사한 후 광고·홍보 등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16년부터 노스페이스 국내 사업을 총괄했다. 2022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3년 만인 지난달 사장 자리에 올랐다.

노스페이스는 2023년 1조원 매출을 돌파한 데 이어 소비 침체가 지속한 지난해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퍼포먼스 라인을 강화하는 한편 MZ세대를 겨냥한 ‘화이트라벨’ 라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국내외에서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박 대표는 “노스페이스는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와 가치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기업”이라며 “성 사장이 추구하는 경영철학과 신앙, 그리고 크리스천 기업인으로서의 고민을 들어보고 싶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