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기”… 여권서 계속되는 ‘개헌론’ 띄우기

입력 2025-02-03 18:54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헌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안 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국민투표를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여권이 설 명절 이후 개헌론을 재차 분출하고 있다. 잠재적 대선 주자들은 물론 광역단체장, 원로들까지 권력구조 개편을 담은 개헌 필요성을 촉구하며 차기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 동시 추진하자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속도를 내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은 국가 명운을 걸고 개헌에 임해야 한다”며 여야가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 권한을 축소한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장관·공직자의 탄핵소추 요건·절차 세분화 등을 개헌에 담자고 주장했다. 또 “개헌만으로는 정치개혁을 완성할 수 없다”며 현행 소선거구제를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또는 독일형 연동형 비례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여권 대선 잠룡들도 4년 중임제 등 개헌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이 개헌 적기”라며 “차기 대선 전 새로운 권력 시스템을 만들고 그 틀 속에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 당 차원의 개헌특위를 발족하기로 하고 당내 최다선(6선) 주호영 국회 부의장을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 부의장이 중량감이 있고 개헌 이슈에 정통한 데다 국회 의장단인 만큼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끌어내는 데에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개헌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6일 성일종 의원 주최로 ‘국가 대개조를 위한 개헌 토론회’도 연다.

야권 일각에서도 개헌을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대표로 구성된 ‘나라를 사랑하는 원로모임’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선(先) 개헌 후(後) 정치일정’의 원칙에 따라 늦어도 다음 대선에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간담회에는 정대철 헌정회장을 비롯해 김원기·김진표·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부겸·이낙연·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 여야 원로들이 참석했다.

다만 개헌의 최대 변수는 야권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스탠스다. 이 대표는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관련 질문에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권이 눈앞에 있는 것 같으니 개헌 논의를 외면하고 있지만 점점 더 ‘개헌 대 반(反)개헌’의 구도로 고립될 것”이라며 “지지율이 더 빠지면 이 대표도 마냥 회피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박장군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