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건설인력 도입” vs “내국인 일자리 침해”… 부처간 샅바싸움

입력 2025-02-04 01:06

얼어붙은 건설경기로 건설업 취업자 수가 지난해 5월부터 8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건설업의 외국인 취업비자 도입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법무부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건설인력의 고령화로 숙련된 외국인력 비자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법무부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가 더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국토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법무부가 공표한 ‘2025년 주요 취업비자별 발급규모’에서 전문·기능인력 취업비자인 ‘E-7-3’에 건설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비전문인력 취업비자인 ‘E-9’은 지난해 8만1470개에서 올해 13만개로 늘었지만, 제조업 등 다른 업종과 파이를 나눠야 해서 건설업 부문은 오히려 축소됐다. 다만 법무부는 필요시 건설업에 이 비자를 더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건설 분야 인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건설업의 ‘E-7-3’ 비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이 건설업을 기피해 인력이 노후화했고,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 취업자 수가 연일 줄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직전 연도보다 4만9000명 줄었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감소 폭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무분별한 외국인력 도입이 내국인 일자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건설 일용직은 통상 취업 문턱이 낮아 내국인 취약계층의 ‘일자리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규 비자도입에 필요한 구체적인 인력 수요 및 전망 통계가 제공될 경우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관련 비자가 내국인 기피직종에 해당해 내국인 일자리 침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E-7-3’ 비자는 ‘철근공’ ‘형틀·목공’ ‘콘크리트’ 세 가지 직종에 적용된다. 주로 건설현장 상층부에서 이뤄지는 고위험 기피직종으로, 외국인 취업자 비중이 80~90%로 추정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기보다 암암리에 불법 외국인으로 고용하고 있는 부분을 합법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E-11(가상 명칭)’ 외국인력 비자라도 신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정부가 수산업종에 숙련인력 비자인 ‘E-10’를 도입·신설한 점을 감안한 요구다. 국토부는 일단 상반기까지 건설업의 ‘E-7-3’ 비자 도입 여부를 확정 짓겠다는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무부와 지속해서 협의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