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 닫힌 지갑… 소매판매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

입력 2025-02-04 01:09

지난해 내수 침체 여파에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며 소매판매 부문이 2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가 3년 연속 감소한 것도 처음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2% 감소하며 ‘카드 대란’ 사태가 있었던 2003년(-3.2%)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 전 분야에서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소매판매 지표는 2022년(-0.3%) 2023년(-1.5%)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했다.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장 기간 감소세다. 판매 업태별로는 슈퍼마켓·잡화점(-5.9%),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4.1%)에서 특히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내수·고용 지표와도 관련 깊은 건설 부문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지난해 공사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1년 전보다 4.9% 감소하며 마이너스 전환했다. 2021년(-6.7%)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비상계엄 사태 등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월간 소매 판매도 좋지 않았다.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6.7%), 의복 등 준내구재(-3.1%),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1.8%)에서 판매가 모두 줄어 1년 전보다 3.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에서는 내수와 직결되는 숙박·음식점업(-3.1%), 예술·스포츠·여가(-6.9%) 중심으로 전월 대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비상계엄 사태에도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생산은 양호했다.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에서 생산이 늘어 전월 대비로는 2.3%, 전년 동월보다 1.4%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집계하긴 어렵지만 부진했던 소매판매와 비상계엄이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생산 부문은 괜찮았지만 소매 판매 등 지출이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