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도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받자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특히 햇수로 10년째인 사법리스크 족쇄를 풀고 이 회장이 ‘뉴삼성’ 경영을 진두지휘해 현재의 위기를 잠재우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경제단체도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3일 삼성은 2심 판결에 대해 별도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총수인 이 회장이 본연의 업무인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10년을 옭아맨 사법리스크를 뒤로하고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경영 운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경영 능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 앞에 놓인 숙제는 산적해 있다. 먼저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뒤처진 경쟁력을 따라잡고 ‘반도체 명가’의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한참 못 미쳤다. 신사업 발굴과 굵직한 인수·합병(M&A) 등 그동안 재판 준비와 출석 등으로 제약이 있었던 투자 의사 결정도 속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과 등기임원 복귀, 격화하는 노사 갈등도 이 회장이 직접 풀어야 할 과제다. 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반도체 보조금 지급 중단 움직임 등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심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AI·반도체 분야 글로벌 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