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눠 지난 대선 패배 책임론을 꺼냈다. 최근의 지지율 정체 문제에서 발화된 민주당 내부 진영 간 균열 양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고 반응했다.
임 전 실장은 3일 “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선 평가를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지 못했다”며 “곧바로 두 달 뒤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에 출마했고 다시 두 달 뒤 당대표가 됐기 때문”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적했다. 이어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정부에 떠넘겨졌고 지금까지도 문재인정부 탓을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 후보가 부족했고 당의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문재인정부의 실정과 친문 인사들의 비협조 탓에 대선에서 패했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비명계는 ‘사법리스크’ 등 이 대표 본인의 한계가 컸다고 보는 분위기다. 양측의 간극이 큰 사안이라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론 제기 자체를 금기시해 왔다.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하면서 친문(친문재인)계가 공개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민주당은 당 화합에 저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선 백서조차 발간하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의 이날 공세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 인사들의 최근 ‘이재명 일극체제’ 비판의 연장선으로도 보인다.
이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며 함께 이기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올렸다. 또 “다양성과 비판은 우리 민주당의 생명과도 같은 원칙”이라며 “한목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다른 목소리를 권장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다만 “내부 다툼이 격화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느냐”며 “내부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보다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명계 인사들은 각자 민주당 텃밭인 호남 민심 공략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김동연 지사 등이 조만간 호남지역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