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로 몰리던 차업계, 트럼프발 관세에 ‘급커브’

입력 2025-02-04 01:34

그간 멕시코는 자동차회사들의 주요 생산기지였다. 인건비가 싸고 미국·유럽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서다. 특히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맞서기 위해 원가절감이 절실했던 전기차 제조사의 시선은 줄곧 멕시코를 향해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멕시코에 25% 보편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생산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3일 멕시코국립통계지리연구소 등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멕시코에서 자동차 88만9072대를 생산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쉐보레 이쿼녹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부 멕시코산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의 약 70%를 멕시코에서 생산했다. 토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자동차회사도 미국 수출용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다. 멕시코자동차산업협회(MAIA)는 멕시코에서 1년에 약 300만대의 자동차가 생산되고 이 가운데 200만대 정도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주요 자동차업체가 미국에서 팔 자동차를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멕시코는 인건비가 싸다. 미국에서 1명 고용할 수 있는 비용으로 멕시코에서는 8명을 쓸 수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다. 이 때문에 멕시코는 중국에 이어 자동차시장 2·3위 지역인 미국과 유럽에 무관세 수출할 수 있는 생산 요충지로 자리매김했다.

자동차회사들은 멕시코에 전기차 생산 시설 투자를 늘리는 추세였다. 그동안 업체들은 전기차의 높은 원가를 자동차 가격에 반영했다. 그러나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원가 절감 경쟁이 본격화했다. 멕시코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매장량도 풍부하다. 포드는 지난해 멕시코 이라푸아토에 있는 공장에서 머스탱 전기차 마하-E의 구동장치를 생산하기 위해 2억7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BMW는 지난해 5월부터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에 8억6000만 달러 규모의 전기 배터리 조립 공장을 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부과로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위기감이 닥쳤다. 투자분석기업 울프리서치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신차 가격을 평균 3000달러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회사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패트릭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는 “관세는 자동차 제조사에 매우 큰 위협”이라며 “당분간은 늘어나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이 소비자나 자동차 딜러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회사의 생산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테슬라는 멕시코 몬테레이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유보한 상태다. GM은 멕시코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수출하고 미국 공장에서 픽업트럭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프·푸조·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스텔란티스도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퓨엘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열린 LA오토쇼에서 “트럼프가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에서 확장하려던 계획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기아 IR 담당 정성국 전무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멕시코에 수출 제재가 가해진다면 캐나다로 더 선적하든지 (멕시코 생산 물량의) 목적지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