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면회 온 국민의힘 지도부에 “당이 하나돼 국민께 희망을 만들어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여당은 개인적 차원의 면회라며 거듭 확대 해석을 경계했으나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외연 확장보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에 매달리는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과 약 30분간 접견했다. 여당 지도부 차원의 윤 대통령 면회는 처음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우리 당이 하나로 뭉쳐 국민의 마음을 잘 모아 나라를 잘 이끌어가는 데 역할을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분열되지 말고, 연령적으로 2030세대 청년들이나 다른 세대들, 또 우파 내에 다양한 분이 많이 계시니 한데 어울려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발언도 이어갔다고 한다. 권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부터 시작해서 특검 등 여러 가지로 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엄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행한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이번 계엄을 통해 그동안 민주당 1당이 국정을 사실상 마비시킨 여러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겨냥해 “과거 (독일) 나치도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았는데,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독재가 그런 형태가 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나 의원은 “민주당의 의회 독재 행태를 말하다 나온 얘기”라고 부연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도부로서가 아니라 액면 그대로”라며 개인적 차원의 면회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재섭 의원은 “당대표·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에 ‘개인적 차원’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고, 무책임해 보인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우리는 탄핵에 당론 반대하고,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 당으로서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그래서 어떻게 중도층 마음을 잡겠느냐”며 “(윤 대통령 면회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당 지도부의 이번 접견은 윤 대통령에게 옥중정치의 문을 사실상 열어준 꼴”이라고 평가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