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토스·KT 이어 쿠팡도 가세… 테이블오더 시장 외식업 격전지로

입력 2025-02-04 01:38 수정 2025-02-04 01:38

국내 테이블오더(무인 주문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테크 기업과 통신 대기업까지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테이블오더가 외식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결제단말기·포스(POS) 솔루션 공급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는 지난달 23일 돌연 테이블 오더 유료화 서비스 시행 시점을 변경했다. 유료화 시점은 애초 이달부터였으나 하반기로 미뤘다. 경쟁이 과열되자 수익성 확보보다 가맹점 확대를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쿠팡은 ‘테이블오더’를 최근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지난해 말부터 자체 포스 단말기인 ‘쿠팡포스’에 테이블오더 기능을 추가했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시범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태블릿PC 대신 근거리무선통신(NFC)·QR코드 방식을 적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쿠페이’ 연동으로 3초 만에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매출 연동도 지원한다.

현재 테이블오더 시장은 점유율 1위 티오더를 비롯해 배달(배민)·금융(토스)·여행(야놀자)·통신(KT) 등 다양한 업계에서 진출해 있다. KT의 ‘하이오더’는 자사 전용 와이파이를 활용한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유통업계의 쿠팡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드는 이유는 테이블오더가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속도와 확장 가능성에서 ‘해볼 만하다’는 분석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무인 주문기 활용의 외식업체 매출 및 고용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외식업체의 무인 주문기 사용 비중은 7.8%로, 2018년(0.9%) 대비 8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아직 수익성 측면에서 성과를 내지는 못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놀자는 지난해 11월 테이블오더 사업을 담당하던 자회사 ‘야놀자애프앤비솔루션’을 매각하기로 했다. 누적적자 심화가 주요 이유다. 쿠팡도 성과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1년 아이패드 기반 포스 시스템 ‘머그포스’ 사업부를 인수, 2023년 포스기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못 냈다.

그럼에도 시장을 선점하면 향후 수수료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게 핵심 투자 요인으로 지목된다. 배달앱이나 택시플랫폼의 성장 공식이 테이블오더 시장에서도 적용될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이 경우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형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뒤 수수료를 올리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투명한 수수료 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수수료율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기기를 판매해 중도 해지하고 위약금만 몇백만원씩 물기도 한다”며 “수수료 체계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운영하도록 규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다연 윤준식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