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들끓는 캐나다

입력 2025-02-03 19:21
캐나다 밴쿠버의 한 주류 매장에 2일(현지시간)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 구매’ 팻말이 설치돼 있다. 이 매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산 주류 상위 5개 브랜드의 판매를 중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토론토 랩터스와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은 미국 국가가 나오는 내내 야유를 보냈다. 전날 오타와와 캘거리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에서도 관중들은 미국 국가가 나오자 야유를 퍼부었다.

캐나다에서 미국 국가에 대한 야유가 나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BBC는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깊은 실망감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전했다.

미국의 관세 발표 이후 ‘캐나다는 매물이 아니다(Canada is not for sale)’라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이 문구는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는 트럼프의 제안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응답이다.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시작됐다.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자국 제품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토론토의 한 식료품점은 캐나다산 제품에 따로 라벨을 붙이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는 미국산 주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여행 계획을 취소했다는 이야기도 속속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캐나다 저술가인 세스 클라인은 이날 블루스카이에 “트럼프 관세에 대응해 가족의 3월 미국행 휴가를 취소했다”는 글을 올렸다.

캐나다 정치 지도자들도 ‘애국적 소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경제를 도우면서 미국 경제에 가능한 한 많은 고통을 가하기 위해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을 구매하고 여행 계획을 바꿔 캐나다에 머물 것을 권했다. 차기 총리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랠랜드 전 재무장관도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트럼프와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에 맞서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가능하다면 캐나다산을 구입하라”는 성명을 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