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호차장 비화폰 압수… 서부지법 사태 63명 구속

입력 2025-02-03 19:56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1차 집행을 저지한 혐의 조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경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검찰에서 반려된 이들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3일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개인 휴대전화와 업무용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비화폰(보안전화)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날 경호처 사무실도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경호처가 협조하지 않아 불발됐다. 압수수색영장에는 비화폰 서버 등이 대상으로 적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이 지난달 31일 보완 수사를 이유로 이들의 사전구속영장을 반려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당시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다시 신청한다면 김 차장에 대해서는 세 번째 구속영장 신청이 된다.

경호처 내 온건파로 분류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완료됐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분석 결과 김 차장과 관련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것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와 관련해 99명을 검거해 63명을 구속했고, 나머지 36명은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99명 중 86명은 현장에서 검거됐고, 13명은 CCTV와 채증 영상, 유튜브 영상 등의 추가 수사로 특정됐다. 서부지법에 침입해 법원 당직실 유리창을 파손하는 영상에 등장해 ‘녹색점퍼남’으로 알려진 20대 남성 A씨도 지난 2일 체포했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서부지법 폭력 사태의 배후로 의심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내란선동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또 극우 성향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부지법을 답사했다는 글이 게시된 것과 관련해 피의자 진술과 압수물 분석 등을 종합해 심층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폭력 사태에 적극 가담한 유튜버들의 경우 선동 의혹과 함께 배후 세력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판사실에 침입한 혐의로 구속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이모씨 등은 전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혐의는 시인하는데, 배후 세력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협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공수처로 넘겼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수사를 다시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내란 혐의와 함께 12·3 비상계엄 직후 일부 언론사의 단전·단수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