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게 위헌인지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연기했다. 대신 10일에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헌재가 선고를 2시간 앞두고 돌연 연기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절차적 시비를 해소하겠다는 의도이겠으나, 사전에 그렇게 하지 않고 선고 당일 연기함으로써 심판 과정상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이번 사건은 최 대행이 지난해 말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임명을 보류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권한이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하지만 최 대행 측은 우 의장이 국회 의결 없이 심판을 낸 것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또 헌재가 지난달 22일 첫 변론을 80분 만에 종결하고선 이틀 뒤 선고일을 3일로 서둘러 정하면서 졸속 시비도 불거졌다.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합의 여부를 확인하자는 최 대행 측 제안도 안 받아들여졌고, 24일 변론 재개 요청도 3시간 만에 기각됐다. 지난달 31일엔 헌재가 최 대행 측에 재판관 후보자 여야 추천 공문을 당일 중 제출하라고 촉박하게 요구했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적 권한쟁의 심판은 1회 변론만 하고 종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헌재 심판이 꼭 졸속이라 규정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또 우 의장에게 심판 제기 자격이 있느냐는 것도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부 구성과 관련된 중대 사안이란 점에서 보다 신중히 심판을 진행하고 절차적 정당성에도 충실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야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도 불복 시비를 줄일 수 있다. 헌재는 이제라도 절차적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시일이 걸리더라도 쌍방이 제기하는 사실확인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헌재를 흔드는 일도 중단돼야 한다. 특히 여권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나 일부 재판관들의 과거 글이나 인연을 거론하며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트집 잡기처럼 보인다. 헌재 구성이 다양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게 헌법정신이고 그래서 추천권도 분산된 것이기에 과거 성향을 문제 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무엇보다 재판부 9인 체제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오히려 재판관들이 줄어들면 정상적 심판을 방해하겠다는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