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유전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동해 울릉분지에서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이 큰 유망 지점 14곳이 추가로 발견됐다. 예상 매장량이 가장 많은 ‘마귀상어’ 지점을 비롯해 14곳 매장량 추정치는 최대 51억 배럴에 달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탐사지점 7곳에 마귀상어 프로젝트 14곳을 더하면 총 매장량은 최대 200억 배럴에 육박하게 됐다. 그 경제적 가치는 약 2700조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삼성전자 시가총액(304조원)의 아홉 배에 해당한다.
울릉분지는 개발이 어려운 심해 유전이지만 유럽의 북해 유전보다 수월하다고 평가돼 액손모빌 등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이런 업체와 함께 개발하면 수익을 나눠야 하는데, 정부는 지난해 말 조광료율(유전 개발 수익 중 소유국 정부 몫)을 12%에서 33%로 급격히 높인 데 이어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마귀상어 발견으로 개발 전망이 더욱 밝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탐사 자료를 분석한 추정치여서 시추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1회 시추에 약 1000억원이 드는데,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첫 시추 비용 중 정부가 부담하려던 505억원이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야당에 의해 거의 전액 삭감됐다(현재 대규모 적자 상태인 한국석유공사가 자체 비용으로 이를 충당하고 있다). ‘산유국’이 되는 국가적 사업, 순전히 경제적인 사안마저 정쟁거리로 만든 극단적 대결 정치가 이런 황당한 상황을 초래했다.
아마 유전 발견 소식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를 정부의 ‘성과’로 삼으려는 대통령과 그것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야당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철저히 경제와 과학의 영역에 있어야 할 자원 개발 사업이 정치의 외풍에 흔들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나 되는 나라에서 정치권은 국민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줄 석유 생산 기회를 놓고도 정략에만 몰두했고, 시추 예산 전액 삭감의 기형적인 상황을 낳았다. 탄핵 정국은 대통령 개인을 넘어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는 시간이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동해 유전 개발 사업을 이제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