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4명이 15년째 예배를 드리던 우리 교회에 전문 찬양팀이 온다고 하니 목사님이신 저희 친정엄마가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대요. 찬양 예배 당일엔 자식들이 명문대에 간 것처럼 기뻐하셨어요.”
경기 수원의 예수이야기교회의 성도인 최유리 집사는 2일 경기 성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딜리버리프로젝트 웰컴데이’에서 1년 전 ‘딜리버리프로젝트(딜프)’가 선사한 초청 찬양 집회의 추억을 공유했다. 딜프는 성도 30명 미만의 작은 교회를 찾아가 찬양을 선물하는 작은 교회 전문 프로젝트팀이다. 가수 범키와 간미연, 개그맨 이정규, CCM그룹 러빔, 촬영·음악 감독 PD 디자이너 등 전문 인력 42명이 2023년 1월부터 최근까지 작은 교회 23곳에 찬양 집회를 ‘배달’했다. 교회 사연에 맞춰 창작곡을 선물한 교회도 6곳이나 된다.
딜프 사역 2년 차를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엔 그동안 함께한 목회자 가정과 후원자 등 210여명이 함께했다.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예배와 찬양에 끝까지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부부도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 부부는 ‘그늘진 곳을 비추는 호롱불 같은 작은 교회 목회자 가정에 근사한 저녁을 나누고 싶다’는 딜프 계획을 전해 듣고 장소 물색은 물론 식사까지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루티스트인 정 회장의 아내 한지희씨는 범키의 CCM 앨범에 연주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정 회장은 “그 어떤 대형 교회보다 예배가 뜨거웠다. 오히려 은혜받고 간다”고 했고, 한씨는 “저희 부부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딜프 사역이 가능했던 건 수많은 돕는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 소개란에 실릴 목회자 프로필을 찍어 주겠다던 사진작가, 십자가 장식 등 교회 물품을 선물한 기독용품업체 등의 후원이 그렇다. 서재원 PD는 “예배 현장에 나와 직접 돕거나 기도와 재정으로 돕는 분들이 있어 우리의 사역이 가능했다”며 “대전의 더코드미니스트리 등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형제 사역팀이 등장한 것도 반가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는 편의점보다 교회가 많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만난 작은교회들은 그늘진 곳을 비추는 호롱불 같은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계셨다. 그런 교회의 소망 위에 하나님의 높으신 뜻이 이뤄지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전부터 딜프 사역에 동참한 간미연은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몇년 안 된 제가 이 사역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범키는 “크고 작은 돕는 손길과 수많은 기도를 보면서 ‘하나님이 이 자리를 기뻐하시는구나’라고 고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정규는 “미자립 교회를 미래의 자립교회라고 부르고 싶다”며 “작은 교회의 상황을 놓고 많은 분이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에스겔선교회의 김동호 목사는 ‘하나님께 인정받는 일꾼’(딤후 2:20~21)을 주제로 설교하면서 “하나님이 목회자에게 주신 사명은 성도 한 명 한 명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 성도 수를 늘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젊은 시절 소명을 가장한 야망에 속았던 적이 있다. 이 자리에 오신 목사님들도 세상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10명이든 20명이든 한 성도를 변화시킨다는 데 관심을 두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