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는 중국산 ‘가성비 AI’ 1번타자… 후속타자 쏟아진다

입력 2025-02-04 01:21
로이터연합뉴스

저비용 고성능의 중국산 인공지능(AI) ‘딥시크 R1’를 시작으로 중국발 첨단기술 쇼크가 이어질 전망이다. 딥시크 R1이 공개된 직후 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잇따라 자사 AI 모델의 신버전을 공개하며 AI 경쟁에 참전했다. 이들 모델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빅테크보다 훨씬 적은 개발 비용을 투입하면서 오픈소스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했다.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바라보는 한국 IT업계도 반전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3일 IT 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는 딥시크 R1이 세상에 등장한 지난 29일 자사 AI 모델 큐원 2.5맥스를 출시했다. 알리바바는 이 모델이 20조 개의 토큰을 학습했고 오픈AI의 GPT-4o, 메타의 라마 3.1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토큰은 AI 모델이 텍스트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작은 데이터 단위다. 알리바바가 이같은 소식을 전한 기간이 대부분 기업의 업무가 중단된 춘제(음력 설) 연휴였던 것을 감안하면 딥시크의 부상이 알리바바를 포함한 중국 내 경쟁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알리바바 발표 다음 날에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자사 AI 모델 더우바오를 업데이트한 ‘더우바오 1.5프로’를 공개했다. 바이트댄스는 이 모델이 오픈AI의 추론 AI 모델보다 AIME(미국 초대형 수학경시대회)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AIME는 AI 모델이 각종 복잡한 명령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대응하는지 측정하는 벤치마크 테스트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가세해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딥시크의 뒤를 이을 기업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 문샷은 최근 출시 1주년을 맞은 자사의 생성형 AI 챗봇 ‘키미’의 월간활성사용자(MAU)가 36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외에 즈푸, 미니맥스, 바이촨, 스텝펀 등의 스타트업이 문샷과 함께 ‘중국의 5대 AI 호랑이’로 불리며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내 기업들의 열띤 경쟁은 제2의 딥시크 출현 시기를 앞당김과 동시에 AI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AI 모델은 사용료가 낮고 대다수가 오픈소스 기반이기 때문에 AI 연구에 뒤처진 국가들에겐 기술적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의 AI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선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동인 카이스트(KAIST) AI 대학원 책임교수는 “그동안 국내 정부는 수익을 낼 수 있는 AI 관련 앱을 지원하는 데 집중했지만 중국은 원천적인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국가가 개발자들이 AI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도록 충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원해주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