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우주 방패’ 만든다

입력 2025-02-05 00:00
게티이미지뱅크

영화 ‘어벤져스’에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우주에 배치한 인공위성 ‘베로니카’가 등장한다. 이 위성은 언제 어디서든 대량 살상이 가능한 유인 로봇 헐크버스터 부품을 지구에 발사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봇 부품 대신 레이저를 발사해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판 아이언 돔(American Iron Dome)’ 개발에 착수하며 미군의 작전 반경을 우주로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추진했던 우주의 군사 요새화 정책을 다시 가동하는 셈이다. 다만 1967년 우주조약 비준 이후 지켜져 온 우주의 평화적 사용 원칙이 깨질 것이란 국제 사회의 강한 반발과 천문학적인 비용 등 걸림돌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판 아이언 돔 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판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을 우주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이스라엘이 지상에 요격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해 팔레스타인의 로켓 공격을 저지한다면, 미국은 우주에 배치된 인공위성의 레이저 무기로 북한·러시아·중국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소련의 위협에 맞서 1983년 추진한 ‘스타워즈 프로젝트(SDI·전략방위구상)’를 잇는 정책이다. 당시 그는 우주에 레이저 무기를 탑재한 인공위성을 배치해 소련의 핵무기를 무력화할 청사진을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미국판 아이언 돔은 다수의 군사용 인공위성으로 구성된다. 일차적으로 레이저를 장착한 인공위성이 적국의 미사일을 탐지·요격하고, 실패 시 저고도 요격 시스템을 동원해 이차적으로 공격을 저지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미사일 발사 준비 정황을 사전에 포착할 경우 발사 전에 원점을 선제 타격하는 목표도 제시됐다. 이 체계가 현실화한다면 현대 군사 무기 가운데 가장 위협적으로 평가되는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손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경제적 실현 가능성이다. 학계는 현재 기술력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판 아이언 돔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레이저 무기의 성능이다. 레이저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미사일이 발사된 뒤 지구 궤도에 진입하기 직전인 ‘상승 단계’ 상태에서 파괴해야 한다. 3~5분 남짓한 이 시간에 수백㎞가 넘는 유효사거리를 확보한 레이저를 충전해 발사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은 현존하지 않는다.

이 같은 거대한 무기 체계를 운용할 인공위성의 에너지원도 문제다. 일반 위성 시스템에 더해 미사일 요격용 레이저까지 탑재한 위성은 소형 원자력 발전기 수준의 에너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베로니카는 원자력 발전소 여러 개 이상 성능을 내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크 리액터’로 가동되지만, 현실엔 이런 동력원이 없다. 초소형·고에너지 동력 기술이 단기간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미국판 아이언 돔을 어떻게 운영할지가 요원한 상황이다.

경제적인 타산성 문제도 있다. 이미 13년 전인 2012년 미국 국립과학원(NSA)은 ‘아주 제한적인 성능의 소규모 우주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데만 최소 650기의 인공위성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했다. 당시 비용으로 추계된 금액만 3000억 달러(약 441조원)에 달한다. 추후 인력 양성·유지보수 등 운용 비용과 13년간의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하면 실제 미국판 아이언 돔 구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