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부상으로 주춤했던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숨은 공신으로는 4년 차 ‘성장형 공격수’ 정윤주와 ‘이적생’ 이고은, 신연경이 꼽힌다.
3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현재 여자부 순위 맨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전날 5연승을 달리면서 승점 58(20승5패)을 쌓아 선두를 유지했다. 2위(승점 50·16승8패) 현대건설과의 격차도 여유롭게 벌려뒀다.
시즌 중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반등에 성공하며 올 시즌 목표인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 외국인 선수 투트쿠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급격히 흔들렸다. 시즌 개막 후 구단 최다인 14연승을 달리다 만난 악재였기에 선수단 분위기 역시 가라앉는 듯했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이 지난 지금은 위기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 일시 교체 외국인 선수 마테이코의 화력이 아쉬운 만큼 토종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 붙박이 에이스 김연경이 팀의 중심을 잡아준 덕이 크지만, 숨은 공신도 많다.
김연경의 공격 부담을 덜어낼 대각 공격수로 성장 중인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가 대표적이다. 2021-2022 드래프트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정윤주는 이번이 주전으로 뛰게 된 첫 시즌이다. 아직 기복이 있긴 하지만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의 신임을 받아 꾸준히 코트에 나서고 있다. 5라운드까지 전 경기 출장해 298점(득점 11위)을 올렸고, 서브 7위(세트당 0.270), 공격 종합 9위(37.22%) 등 세부 지표도 준수하다.
세터 이고은도 만점 활약 중이다. 그간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며 존재감을 입증해왔지만 올 시즌엔 흥국생명에서 제대로 물 만난 모양새다.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공격수를 두루 써 그간 김연경에게만 쏠렸던 공격 루트를 분산시켰다.
아본단자 감독도 이고은을 향해 “팀을 완전히 바꿔놨다”며 “지난 시즌에도 하고 싶었던 배구인데, 이를 구현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올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3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내고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런 모습은 리그에서 드물다”며 “세터의 역량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리베로 신연경도 반등의 주역 가운데 하나다. 흥국생명의 약한 고리로 꼽혔던 리시브를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 정관장과 2연전에서도 두 팀의 승패를 가른 건 수비, 범실 등 디테일이었다. 신연경은 현재 리시브 6위(34.99%), 디그 6위(세트당 4.45), 수비 6위(세트당 6.00)를 달리고 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