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유휴공간 개방… 아이 돌봄부터 학습 지원까지 최고 인기

입력 2025-02-04 03:07
샘물돌봄센터 학생들이 지난달 21일 충남 홍성의 센터에서 방학숙제를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방문한 충남 홍성 평안하고든든한교회(오종설 목사). 홍북초등학교 건너편에 자리를 잡은 이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름 조명과 무지개 모양으로 아기자기 꾸며진 복도 너머에 있는 교실 앞에는 ‘샘물 2’ 팻말이 걸려 있었다. 문틈 사이로 본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창 수업을 듣고 있었다. 방학 기간을 맞아 교회 내 아동돌봄센터인 샘물돌봄센터(센터장 신정자)를 찾은 지역 학생들이다.

홍성은 내포신도시 건설로 최근 젊은 층의 유입이 늘어났다. 인근 초등학교 3곳의 입학생도 60여명 늘면서 육아 도움이 절실한 부부도 증가했다. 다음세대 돌봄에 비전을 품은 교회는 이 지역의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충청남도, 홍성군청과 협약해 교회 유휴공간에 센터를 열었다.

돌봄 사각지대 위해 유휴공간 개방

센터는 홍성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25명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돌봄 지원뿐 아니라 급식 및 간식 제공, 다양한 놀이 및 학습 프로그램, 자연관찰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전액 무료로 맞벌이 부부와 다자녀 가정, 장애·요양환자가 있어 자녀 돌봄이 어려운 가정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기 중엔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 방학 기간에는 숙제 지도 등의 돌봄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센터는 교회가 지원한 교회 공간에서 운영된다. 모든 교사들은 지역 교회에 출석하는 기독교인이지만 프로그램이 기독교 색채를 띠지 않기에 비기독교인 가정도 부담 없이 센터를 찾는다. 그래서 출석 학생 3분의 1이 기독교인이고 3분의 2가 비기독교인으로 구성된 특징을 갖는다. 군에서 기본 운영비를 지급하지만 아이들의 질 높은 교육을 위해 이 교회 출석 성도인 센터장이 모자란 운영 비용을 자비로 채워 넣기도 한다.

교회가 이처럼 공간을 내어준 이유는 오랜 기간 품어 온 다음세대 양육에 대한 비전 때문이다. 신정자(57) 센터장은 “저도 27년 전부터 아이들이 하나님 나라의 재목으로 자랄 수 있도록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교회 내 어린이 선교원을 꿈꿨다. 그러나 운영비 인력 등을 교회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워 엄두를 못 냈다”며 “다음세대에 대한 소망을 포기하지 않고 기도했더니 교회 공간이 군에서 지원하는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반색했다.

신 센터장은 “처음 비전과 달리 성경에 대해 가르칠 수 없지만 종교적 색채를 덜어내니 비기독교인 가정이 자연스레 교회 문턱을 넘는 계기가 된 건 고무적인 일”이라며 “지역사회에 교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교회 공간을 즐겁고 행복한 공간으로 인식해 스스로 출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센터 개소 반년 만에 자발적으로 교회에 출석한 아이들만 6명”이라고 부연했다.

지역 아동이 마음껏 뛰어놀 공간

샘물돌봄센터 교사들이 같은날 교회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급식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

센터는 지역 아이들에게 소중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7~13세로 다양하지만, 나이가 많은 어린이들이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함께 놀아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센터 개소 때부터 함께했다는 교회 출석 성도인 김하율(13)양은 “부모님이 일로 바쁘셔서 센터에 왔는데 선생님이 지도를 잘해주시고 친구들과 놀 거리가 많아서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서아(9)양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은 요리 수업”이라며 “얼마 전엔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마시멜로 눈사람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고 했다.

센터에 다니다 주일예배에 출석하게 된 고은재(10)군은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은 일요일에도 센터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알았다”며 “교회가 어린이를 위해 여러 행사를 열어 줘서 일요일에도 친구들과 함께 논다”고 말했다.

목을 축이고 쉬어가는 샘터로

앞으로의 비전에 관해 묻자 신 센터장은 “센터 이름처럼 교회 공간이 아이들에게 목을 축이고 쉬어갈 수 있는 샘터와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센터는 지난해에 작년엔 비즈공예와 체육 미술 과학 요리 등 5개 수업을 진행했다. 과학 수업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배려해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센터를 방문할 수 있도록 수업 구성을 바꿨다. 신 센터장은 “날씨가 풀리면 교회 앞 공간에 작은 동물농장을 꾸려 토끼와 오리 등을 기르고, 동물에게 직접 먹이도 주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센터의 교육 방침에 학부모들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신 센터장은 “아이들이 센터를 오갈 때 기분 좋게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교실 입구를 무지개구름 등불로 꾸몄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글·사진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