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를 전후해 외교·안보, 경제 분야에서 잇달아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며 ‘말 바꾸기’ 프레임으로 공세를 폈다. 이 대표가 먼저 어젠다를 던지면 여당이 이를 비판하는 양상이 되풀이되면서 정국 주도권이 이 대표 쪽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여권으로서는 현 상황에서 현실적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보호색을 바꾸는 카멜레온 정치를 하더니, 이번에는 지역상품권 포기를 운운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포기까지 거론하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촉구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최근 한·미동맹을 거듭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면을 바꿔 쓴 것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지칭한 이 대표의 과거 발언도 꺼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계엄 이후 강공 일변도였던 이 대표가 돌연 민생과 실용주의를 말하는 건 국면전환용”이라며 “그 페이스에 우리가 맞춰줄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도 이 대표의 기조 전환에 대해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이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 포기 가능성 시사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감옥이 싫어 브랜드마저 버렸다”고 혹평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월 내 여야가 국민연금 모수개혁이라도 합의하자는 이 대표 제안에 “이 대표가 생각하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숫자부터 제안하라”고 받아쳤다. 안철수 의원은 인공지능(AI) 개발 지원 예산을 추경에 담자는 이 대표 제안을 언급하며 “20조원 규모의 AI 및 민생 추경을 긴급히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여당의 경우 기존에 추진해온 반도체 특별법 등 ‘국가미래먹거리 4법’에 대한 여야 합의 처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책 이슈를 먼저 제시한 사례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서 섣불리 새 어젠다를 내놨다가는 보수층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오히려 마음 급한 이 대표가 ‘똥볼’ 차는 걸 기다리는 편이 전략적으로도 낫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인파이터’ 전략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 실책이나 탄핵심판 등에서 불거지는 절차적 논란만 공략하는 ‘아웃복싱’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어차피 여소야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재명 흠집 내기’가 여권에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