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해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상대국들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CBC방송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위해 싸우는 데 물러서지 않겠다”며 1550억 캐나다달러(155조6000 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산 주류와 채소·의류·신발·향수가 보복관세에 직면할 첫 번째 품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가전제품·가구·스포츠장비·쇠고기·알루미늄 등으로 적용 품목이 확대된다.
트뤼도는 특히 광물 및 에너지 제품 수출 제한 등 비관세 보복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0%가 캐나다산이며 미국 50개 주 중 30여곳이 캐나다에서 전기를 일부 공급받고 있다.
트뤼도는 자국민을 향해 “식료품점에서 캐나다산을 선택하고 휴가도 (미국 말고) 국내에서 보내자”며 “캐나다를 위해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뭉쳐 달라”고 호소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 일부 지방 정부는 이미 미국산 주류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엑스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B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멕시코 정부가 미국산 돼지고기·치즈·농산물·강철·알루미늄에 대해 5~20%의 보복관세를 준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트뤼도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10% 추가 관세가 부과된 중국도 강하게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상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2일 담화문에서 “백악관은 펜타닐 등을 이유로 중국의 미국 수출 제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선포했다”면서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관세 부과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왕이웨이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4년 전보다 강력하고 성숙해 보이지만 중국도 8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며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등 영역에서 중국의 선도적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취할 보복 조치로는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희토류 수출 제한 등을 들었다.
다만 관세 부과 대상국들은 트럼프와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열어놨다. 트뤼도는 “우리는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관세 부과의 이유로 둔 마약 및 이민자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셰인바움도 “관세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그룹 구성을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 문제 대응을 지원했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중·미 관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동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이현 기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