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달 새 10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급증했던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올 들어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연초 계절적 요인에 부동산 시장 열기마저 사그라든 영향이다. 지난해 말부터 차츰 가계대출 관리 고삐를 풀어오던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한층 더 낮추고 본격적인 대출 영업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3656억원으로 전월 말 734조1350억원보다 1조7694억원 줄었다. 지난달 마지막 주가 설 연휴 기간이었음을 감안하면 월말 기준으로 계산해도 감소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 잔액 감소는 10개월 만으로, 가계대출은 지난해 8월 한 달 사이 9조6259억원이 늘어나는 등 지난해 4월부터 우상향 흐름을 지속했다.
지난달은 특히 신용대출이 전월 말 103조6032억원에서 100조5978억원으로 3조54억원 줄며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연말·연초 지급되는 상여금으로 신용대출부터 상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은 소폭 늘었으나 증가 폭은 1조원대에서 유지됐다. 12월 말 578조4635억원에서 지난달 24일 기준 580조1227억원으로 1조6592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엔 한 달간 1조4698억원 늘었다.
향후 가계대출은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가계대출 증가 주된 원인인 부동산 시장 열기가 한김 식은 영향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20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다섯째 주부터 4주 연속 보합세다.
이에 은행권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 태세에서 벗어나 대출 영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은행들은 주 수익원인 대출 이자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빠르면 이달부터 조치가 시작될 것”이라며 “다만 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든 만큼 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춰도 증가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 당국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증가 폭을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은행·저축은행이 대출상품을 광고할 때 광고매체 공간이 협소하더라도 최저금리뿐 아니라 최고금리까지 함께 표시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이 최저금리만을 보고 오인해 대출 상담을 받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