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 타격 불가피

입력 2025-02-03 02: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한 1일(현지시간) 캐나다 쪽에 있던 차량들이 워싱턴주 블레인의 퍼시픽하이웨이 검문소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그 불똥이 한국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 현지 공장에서 가전제품 등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1위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각종 중간재 수출에 전방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 중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를 뚫기 위해 멕시코 현지에 제조공장을 대거 마련했다. 그 결과 멕시코 투자국 중 11번째(2004~2024년 누적)로 많은 금액을 투자한 국가로 올라섰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멕시코 내수 공급뿐 아니라 완제품 및 중간재 생산을 통한 미국 수출을 병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을, 기아는 자동차를 미국에 공급한다. 중간재인 철강을 생산하는 포스코도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부품사들도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통상교섭본부장 주재 회의를 지속하며 피해 최소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된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은 1330억2600만 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액(6838억 달러)의 19.5%를 차지한다. 완제품용 중간재를 중국에 대거 수출하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10% 줄면 한국 GDP도 0.31%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25% 보편관세가 부과된 캐나다와 관련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캐나다 수출액은 7억1029만 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6224억 달러)의 0.1% 수준이다.

하지만 보편관세가 부과된 국가들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멕시코, 캐나다, 중국은 미국에 ‘상응 조치’를 예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주요국 간 보복 조치 등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한국 GDP가 0.29~0.69% 감소할 것으로 평가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관계 부처들이 관련국 동향과 우리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치가 얼마나 유지될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가 부과된 국가에 투자한 미국 기업 등 미국 내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철강노조는 캐나다로부터의 원유 수입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편관세 부과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