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재발 우려 커지는 미국… WSJ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입력 2025-02-02 18: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미국 내에서는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상승에 불만을 품고 자신에게 투표한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관세 조치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식품업계와 경제학자들은 미국 소비자들이 육류·채소·과일값 상승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2023년에 수입한 외국산 농산물 1959억 달러(285조원)어치 가운데 44%인 860억 달러어치는 캐나다·멕시코산”이라고 전했다. 특히 채소 수입의 3분의 2가 멕시코산이었다.

트럼프의 관세 조치는 당장 오는 9일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북미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을 앞두고 아보카도 가격 급등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아보카도는 미국인들이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때 나초와 함께 먹는 ‘과카몰레’의 주재료로, 수입 물량의 90%가 멕시코산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년 전보다 14%나 인상된 아보카도 가격은 슈퍼볼을 앞두고 추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멕시코에서 매년 100만 마리 넘게 수입하는 소고기, 캐나다 전체 생산량의 60% 이상을 가져오는 메이플시럽도 가격 급등이 예상되는 품목이다. 전미식료품업체연합의 데이비드 커틀러 대변인은 로이터에 “미국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의 약 40%가 수입품”이라며 “관세는 결국 ‘식품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산업계도 캐나다·멕시코산 관세 부과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 철강노조는 “매년 1조3000억 달러 상당의 제품이 국경을 지나 미국의 140만개, 캐나다의 230만개 일자리를 지원한다”며 트럼프에게 관세 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미 석유화학업계 단체는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전에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관세에서 제외해 달라”고 호소했다.

WSJ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관세 조치를 두고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며 “이웃 국가들을 향한 트럼프의 경제적 공격에는 설득력이 없다. 관세 자체를 선호하는 트럼프에게 마약은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