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관세 전쟁 개막, 우리도 대응 서둘러야

입력 2025-02-03 01:20
국민일보DB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4일부터 캐나다에는 에너지 제품(10%)을 제외한 제품에, 멕시코의 경우 모든 제품에 각각 25%의 관세가 매겨진다. 중국에도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예고한 관세 전쟁의 서막이 마침내 열렸다. 더욱이 상대국들도 일제히 관세 보복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에도 비상이다.

멕시코, 중국,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의 수입 비중 1~3위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들 국가가 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에 연루돼 관세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많이 번 국가들에 대해 비무역 이슈를 내세워서라도 관세 폭탄을 날릴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관세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같은 경제권인 캐나다와 멕시코가 즉각 25% 관세 부과 등의 보복 조치를 발표했고 주별 차원의 제재도 공언했다. 미국 자동차업계 등에서 관세 부과 철회를 요청할 정도로 미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위협할 소지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를 들며 콜롬비아에 고율 관세를 때렸다가 협력 약속을 받아내자 보류한 바 있다. 관세를 거래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오히려 같은 경제권이 아니면서 수출 주도 성장에 대미 무역흑자(지난해 기준 7위)가 많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무차별 관세 폭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 3개국 관세 부과 조치만으로도 멕시코 현지 공장에서 가전 등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조업체들, 한국의 1위 교역국 중국에 대한 각종 중간재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 산업연구원은 멕시코·캐나다에 25%, 중국 등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제조업 수출이 연간 최대 1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1월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0.3% 줄어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정부는 설 연휴 조업일수 감소 때문이라 했지만 통상 여건이 악화되는 와중에 수출이 꺾인 것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지명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동맹들은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했다”며 한국의 가전을 사례로 들어 보편관세 방침을 재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한 사설에서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맹 미국의 선의에 기대선 더이상 곤란하다. 계엄·탄핵 정국의 리더십 공백이 안타깝지만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야정이 무역·외교 분야에서만큼은 한목소리로 대처하며 국익 수호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와 대외 사정이 비슷한 일본과의 협력도 서두를 필요가 있겠다.